수화기 너머 신음에 출동…고독사 위기 5명 살렸다

변화 없는 전력량에 안부 확인 '3만9550번'
217번 출동해 고독사 위기 5명 구해…올해부터 전국 확대

2021년 11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청년 고독사 문제 해결을 위한 보건·의료계 공동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 서울 양천구 목1동에서 근무하는 주무관 안수현씨는 업무 시간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고통에 찬 신음이 들려왔다. 평상시 주민센터에서 'AI 자동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던 79세 노인 A씨였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안 주무관은 이를 보고했고 안 주무관과 팀원들은 현장에 출동해 A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를 서둘러 이대 목동병원으로 이송했다. 진단 결과 A씨는 일상 생활이 어려운 수준의 대상포진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서울시 서울복지재단에 따르면 시가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센터는 지난 1년간 고독사 의심 현장에 217번 출동했다. 이 가운데 30번은 현관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어 직접 문을 열고 진입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A씨를 포함한 5명을 고독사 위기에서 구했고 고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시민들에게는 복지서비스를 연계했다.

A씨를 구한 'AI 안부확인서비스'가 한 예다. 직원과 AI가 돌아가며 서비스 신청 가구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주위에 친지가 없던 A씨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자 겨우 힘을 내 평상시 늘 전화가 오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A씨는 사건 이후 센터가 연계한 방문 간호사 서비스를 받고 있다.

센터의 또 다른 주요 서비스는 '24시간 스마트플러그 관제시스템'이다. 설치 가구의 실시간 전력 사용량·사용 추이를 24시간 기록한다. 지자체 차원에서 24시간 추적 관리를 시도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 사회에서 가정 내 활동 대부분이 전기를 사용하는 데 착안했다.

24시간·48시간 등 긴 단위의 시간동안 전력량 변화가 없을 경우 센터는 우선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한다. 지난 1년간 이 같은 '위기상황조치'만 3만9550번 이뤄졌다. 스마트플러그 시스템은 동의를 한 가구에만 설치돼있다.

대상자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을 때 센터 측이 직접 현장으로 찾아간다. 현장에서도 응답이 없고 상황이 긴급하다고 판단될 경우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강제 개문에 나선다.

센터는 고립 가구 '관리'뿐 아니라 '발굴'에도 힘썼다. 초기에 몇 천명 수준이던 센터 관리 가구는 현재 1만246명까지 늘어났다. 고립 위험에 처했지만 도움을 거부하는 '거부가구' 72명도 설득해 관리·복지 서비스를 연계했다.

이 같은 센터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복지관 등 지역 현장과의 긴밀한 협력이 꼽힌다. 예를 들어 설득을 위해 오랜 기간에 걸친 친밀감 형성이 선행돼야 하는 '거부가구'는 지역 복지관이 도시락 배달을 가는 식의 '문고리 대화'로 서서히 유대감을 쌓았다.

성과를 인정받아 센터는 중앙 정부의 확산 사업 모델에 선정됐다. 올해부터 전국 지자체에 비슷한 기능의 센터가 도입될 예정이다.

전국 지자체의 '롤모델'이 된 센터는 올해 A씨를 구한 AI 안부 확인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사업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인공지능이 연락하는 경우 기존에는 시나리오에 따른 형식적인 안부 확인만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자연스러운 대화로 1인 가구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더욱 다양한 정보를 축적할 계획이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