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번호표 받던 시대 "안녕"…다가올 서류 없는 세상[미래on]
2026년까지 1498종 민원에서 실물 서류 '아웃'
높아질 민원 편의…따라올 '디지털 사고' 예방이 과제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 홍채 인식으로 모든 신분 증명·행정 절차가 가능해진 2074년. 50년 전의 '서류 사회'를 다룬 드라마 '응답하라 2024'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박세원씨(84)의 두 딸에게는 드라마 속 번잡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서류 업무가 주인공들의 연애 서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웃음 포인트'다. 반면 박씨는 동 주민센터에 멍하니 앉아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한때 박씨 자신이 들어앉아 있던 풍경이기 때문이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6년까지 1498종의 민원·공공서비스에서 관공서 실물 서류 제출 과정을 없애고, 인감증명서도 더 이상 제출하지 않거나 디지털 방식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국민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때 정부기관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국민에게 다시 요구하지 않는 것(Once Only)이 디지털플랫폼정부의 기본원칙"이라고 말했다.
인감증명서의 경우 현행 사무 2608건 가운데 2145건(82%)에서 제출 절차를 없애고 나머지도 디지털 수단으로 대체한다.
구비서류 제로화로 연간 약 1조2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행안부는 내다봤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 매년 발급하는 민원 증명서류는 7억건 이상으로 이번 조치로 약 30% 정도가 디지털로 대체될 전망이다.
서류 발급을 위한 복잡한 절차가 단축되며 국민 입장에서의 행정 편의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연말정산 간소화 등 앞서 같은 맥락에서 도입된 제도에 대해 국민 체감 효과가 상당히 높다.
정부 조직 입장에서도 업무가 장기적으로 효율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물 서류의 보관·정리에 그간 상당한 노동이 투입돼왔다는 게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지방공무원 A씨는 "공직에 입문하고 가장 놀랐던 점은 창고에 보관된 서류의 양"이라며 "더 이상 보관할 공간도 없는 수준인 데다 감사철마다 사람이 직접 뒤지고 분류해야 해 장기적으로 (서류 제로화가) 가야 할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실무자들은 당분간 현장 혼란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한 자치구 공무원 B씨는 "수십 년간 종이로 업무가 이뤄지다 보니 온라인 절차도 거치고 출력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제도 변화가 실제 현장에 안착하도록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디지털화'에 따른 시스템 유지·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말 발생했던 일련의 정부 행정망 '먹통' 사태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궁극적으로 디지털화로 나아가야만 한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워낙 앞장서서 전방위적으로 '디지털 정부'를 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따르는 건 필연"이라고 설명했다.
종이 서류 관리에 따르던 리스크가 단지 데이터의 유지·관리에 따르는 리스크로 대체될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생활 편의는 높아지겠지만 여전히 위험은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행정망 마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고강도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미래 사회' 대비에 나섰다. 주요 시스템에 대해 이중화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 센터를 두 곳씩 운영하는 등 전반적인 백업 체계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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