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유전자 검사마다 '99.9999% 엄마 맞다'…끝끝내 내딸 아니다

굶어죽은 3살 손녀, DNA검사 결과 친모는 외할머니! [사건속 오늘]
0.0001% 가능성 믿고 과학에 대든 구미 친모…'손녀와 바꿔치기' 증거없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DNA 검사는 과학 수사의 꽃으로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방법보다 신뢰성이 높다. DNA 검사 결과 'O씨와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으면 O씨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O씨일 수밖에 없다.

DNA 검사는 친자 여부를 가릴 때도 이용한다. 모든 사람은 아버지로부터 23개의 염색체, 어머니로부터도 23개의 염색체를 물려받아 46개의 염색체를 보유하고 있다. 친자 검사는 이들 염색체 속에 들어 있는 유전자 정보, 즉 동일한 DNA가 있는지 찾는 것으로 정확도는 99.9999%에 이른다.

그렇다고 친자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 '하늘에 맹세코, 내 목숨을 걸고 이 사람이 어머니(혹은 아버지)가 맞다'고 외치기는 뭐하다.

극히 희박한 확률로 각기 다른 사람이 동일한 유전자 정보(DNA)를 갖고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 확률이 무려 4.7조분의 1이라는, 지구 전체를 통틀어 몇만년 만에 한명 나타날까 말까 하지만.

또 DNA 검사 시료가 오염됐을 확률도 있다.

그렇지만 4번가량 검사를 되풀이했는데도 DAN 검사가 틀릴 확률은 4.7조분의 1을 4번 곱한 것으로, 지구 탄생이래 한번도 그런 경우가 나오지 않았을 확률이 훨씬 높다.

◇ 딸과 함께 이사 간 줄로만 알았던 3살 손녀…문 열어 보니 굶어 죽어

3년 전 오늘 세상을 놀라게 했던 '구미 친모' 사건도 친자 검사 결과를 부정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그것도 무려 4차례나 반복한 검사 결과를 부정했으니 이른바 '탈 지구급' 사건이었다.

2021년 2월 10일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 살고 있는 A씨(당시 48세)는 '집을 세 놓아야 하는데 따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빌라 주인의 말에 따라 딸이 살았던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어본 후 말문을 잃고 말았다.

엄마와 함께 이사 간 줄 알았던 3살 손녀 C양이 미라 상태로 남아 있었던 것.

남편과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던 A씨의 딸 B씨(2021년 당시 22세)가 새로 만난 남자 친구와 살기 위해 2020년 8월 이사를 하였기에 손녀가 방치된 건 6개월가량 됐다.

2021년 8ㅜ얼 17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친모' A씨가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1.8.1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경찰, 딸 B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이어진 반전, 엄마 아닌 언니

수사에 나선 경찰은 딸 B씨를 살인,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하고 C양의 정확한 사인 등을 알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3월 10일, 세상을 놀라게 한 부검 결과가 나왔다. 친자확인을 위한 DNA검사 결과 B씨는 C양의 엄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A씨, A씨의 남편, B씨의 전남편 등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DNA 검사를 재의뢰했다.

그 결과, C양의 친모는 B씨가 아닌 A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과수도 너무 황당해 3번이나 검사를 진행하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3월 22일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DNA·화학분석과를 통해 4번째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엄마가 A씨인 가능성은 99.9999% 이상'이라는 답을 얻었다.

◇ 외할머니가 아닌 엄마 A씨 "난 아니다"…유전자 시료 오염 등 0.00001% 가능성 제기

A씨는 친자확인 검사 결과를 전면 부정하고 A씨 변호인도 '시료 오염 가능성' '동일 유전자 가능성'을 들며 과학적 증거에 반론을 제기했다.

세상 모두가 '엄마는 99.9999% A씨다'고 했지만 A씨 측은 '100%라는 말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부정했다.

문제는 경찰이 이 잡듯이 구미시와 인근 산부인과를 뒤졌지만 A씨의 출산 흔적은 물론이고 산부인과 진료기록조차 찾을 수 없었다.

다만 A씨가 출산 시점인 2018년 1월에서 3월 사이 약간 살찐 듯한 모습, 아기용품 구매 기록, '셀프 출산'을 검색한 기록을 확보해 A씨가 몰래 아이를 낳은 뒤 손녀와 바꿔치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북 구미서 3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21년 2월 19일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는 B씨. B씨는 유전자 검사 결과 엄마가 아니라 언니로 드러났다. 021.2.19/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 A씨 '사체은닉 미수혐의'만 인정, 엄마 아닌 '언니'는 살인죄로 징역 20년형

수사결과 A씨가 C양을 발견한 시점은 2월 10일이 아닌 2월 9일로 드러났다.

딸과 통화한 A씨는 사건이 커질 것을 우려해 C양을 몰래 버리려 했지만 실패해, 다음날 발견한 것처럼 경찰에 신고했다.

외할머니가 아니라 엄마, 엄마가 아니라 언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이 사건에서 법원은 DNA 검사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다만 '아이 바꿔치기'에 대해선 심증만 있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미성년자약취,사체은닉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1, 2심은 징역 8년형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아이 바꿔치기를 했다고 확신하기엔 검사측 증거가 부족,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파기환송, A씨는 결국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받고 풀려났다.

언니 B씨는 살인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해 죗값을 치르는 중이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