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복장은 짧은 치마에 하이힐"…동물훈련사 사칭남, 성범죄자였다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방송국 PD 겸 반려견 훈련사라고 주장하면서 수년째 여성들에게 성희롱적 언행을 일삼는 남성의 진짜 정체가 드러났다.
지난 2일 방송된 '궁금한 이야기 Y'는 유명 동물 프로그램 PD이자 강형욱 훈련사의 지인이라고 밝힌 김모씨의 정체를 파헤쳤다.
먼저 서혜승씨는 2022년 여름 아르바이트 목적으로 반려동물 돌보미 사이트에 구직 이력서를 올렸다가 김씨로부터 자기 강아지를 돌봐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때 김씨는 자기 반려견을 맡기기에 앞서 면접을 봐야 한다며 조건을 걸었다. 그는 서씨에게 "내일 오시게 되면 미팅이나 면접이다 보니까 여성스럽게 옷을 좀 짧게, 허벅지 반 정도? 원피스 길이는 어느 정도세요? 짧은 건 없으시죠? 긴 치마보다 짧게 입고 오는 것도 괜찮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말도 안 되는 면접 요구에 불쾌함을 느낀 서씨가 면접을 거절하자, 김씨는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다가 긴 치마를 입고 오라고 요구했다.
서씨뿐만 아니라 김씨는 반려동물 돌보미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린 여자들에게 연락해 서씨에게 했던 대로 면접 복장으로 짧은 치마와 하이힐을 강조했다.
또 김씨는 여성들에게 "제가 지금 하는 게 A 프로그램하고 타 방송국에서도 B 프로그램 연출을 맡고 있다. 원래 본 직업은 훈련사고, 강형욱 선생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들 제작진 명단 어디에도 김씨의 이름은 없었다.
아울러 강형욱 훈련사 역시 "(김씨) 사진 봤는데 전혀 모르시는 분이다. 저는 한 번도 못 봤는데 제가 후배거나, 선배거나 저한테 배웠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제작진이 동물 관련 사이트에 연락처를 올리자, 김씨로부터 이틀 만에 연락이 왔다. 김씨는 제작진에게 자신이 유명 PD이자 강형욱과 함께 촬영하고 있다면서 "오늘 오셨던 분들은 치마를 되게 짧게 입고 오셨는데 굉장히 보기 좋더라. 면접 볼 땐 여성스럽게, 옷을 짧게 입고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요구했다.
제작진과 마주한 김씨는 "연출을 생각하고 있고 요즘은 훈련사를 고민하고 있다"며 거짓말이라고 실토했다. 이어 면접 복장에 대해서는 "그냥 편하게 입고 오시라고 얘기했던 거다. 의도적인 것도 아니었고 다른 마음도 전혀 없었다. 지금 여자 친구도 있다"며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김씨가 면접 장소로 화서역을 고집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설마'하는 마음으로 '성범죄자알림e'에 그의 이름을 검색했다. 실제로 '성범죄자알림e'에는 김씨의 이름과 얼굴이 등록돼 있었다.
김씨는 2012년 피팅 모델을 찾는다면서 미성년자를 만난 뒤 강제추행 및 강간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다시 제작진과 만난 김씨는 현재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다시는 사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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