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단골메뉴 '무임승차'…지하철 적자 주원인 지금은 아니지만[리뷰1]
무인승차 비용 연간 1조 육박…노인 인구 급증 "이대론 안된다"
- 박동해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유민주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제공되고 있는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의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4·10 총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무임승차를 둘러싼 정치권의 갑론을박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선거철이나 정부 예산안을 논의하는 시기가 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지방자치단체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중앙정부는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난감해하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노년층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은 눈치만 살피다 결론을 내리지 않는 선택을 해왔다. 지자체와 중앙정부 역시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 다시 사회적 논쟁거리로 떠오른 무임승차의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
◇무임승차 손실 서울만 한해 3000억대…결국 '돈'이 문제
무임승차 논란의 핵심은 결국 '돈'이다. 각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지하철 운영사들의 적자가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서울의 지하철 운영 지방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약 3조8455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는 한해 적자 폭이 1조원대에 육박했다. 다른 지역 지하철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하철 운용사 측은 대규모 적자의 핵심 요인이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 손실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서울교통공사의 2022년 적자 현황을 보면 5296억원의 '공익서비스 손실금'이 발생했고 이 공익서비스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이 무임 수송 손실(3151억원)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무임승차 인원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는 서울 지하철에 경로 무임승차제가 도입된 1984년 당시 4.1%였지만, 지난해 말 기준 19%를 넘었으며 2025년에는 20%대에 이를 전망이다.
불어나는 적자로 지하철 운영사의 재무건전성의 악화하면 승객 안전, 서비스 개선 등을 위한 투자가 어려워져 당장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이 초래된다. 또 적자가 계속되면 지하철 운영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
개혁신당의 정책도 '지하철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실제 이준석 대표는 해당 공약을 발표하면서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은 2022년 기준 연간 8159억원"이라며 "논쟁적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변화"라고 밝혔다.
◇무임승차 때문에 적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하철 운영사의 적자가 온전히 무임승차 때문이라는 것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지하철 운행량이 고정된 상태에서 무임승차자가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운영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국토부가 대한교통학회에 맡겨 진행 중인 '도시철도 PSO(공익서비스 보상)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의 중간발표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연구진이 철도통계를 분석한 결과 무임승차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운송 횟수나 열차 편성의 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공인서비스로 인한 명시적 운영비 증가는 없으나 수송안전 관리 등의 사회적 비용은 존재'한다고 봤다. 사용 인원이 늘면서 안전, 시설, 환경 등의 부가적인 비용의 증가는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비용의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이 이뤄져 일부 보전이 가능하다.
이에 더불어 무임승차 제도가 비용보다 사회적 편익이 더 커 경제적 타당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2014년 발표한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에 따르면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비용편익분석 결과는 1.63~1.84로 평가됐다. 비용편익분석은 사업으로 발생하는 총편익을 총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1 이상이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교통연구원은 "지하철 운영 재정적자의 근본 원인은 적정한 수송 원가에 비해 낮은 운임을 징수하고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지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로 인한 손실이 아니었다"고 짚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무임승차' 이대론 유지 불가능
지금 당장은 무임승차가 지하철 적자의 핵심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인구의 고령화를 감안하면 개선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갈수록 무임승차 승객이 늘어나게 되고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교통학회의 연구 용역보고서도 2050년에는 전체 승차인원 대비 무임수송 인구가 43%로 늘어나기 때문에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실제 해당 연구를 총괄했던 김진희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를 이야기할 것인지 미래를 이야기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앞으로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현재 회계적 흐름 등을 봤을 때 당장 무임수송 때문에 적자가 커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부담이 커질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변화는 필요하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가 문제다.
지자체는 현행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앙부처는 지하철 운영은 지자체 사무이니 정부가 지원해야 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관련 법과 규정들도 모호하게 꼬여 있어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도시철도 운임의 결정권이 지방정부에 있기는 하지만 법률인 노인복지법과 시행령에 노인에 대한 지하철 요금 할인을 할 수 있고 그 비율을 100%로 해놓은 것이 대표적으로 제도가 꼬인 사례다.
중앙정부에서는 '운임 결정권이 너희에게 있으니 너희가 결정하라'고 하지만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현행법에 따라 전액을 할인해 주거나 요금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적으로 지하철 이용료를 인상하기도 어렵다. 대중교통의 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이를 매일 이용하는 서민층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김진희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복지의 크기를 결정하는 부처와 그것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부처가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잘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맞추는 일이 먼저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비전에 따라 제도를 변경해 채택할 수 있는 대안들도 많이 있지만 결국 정책을 제시하는 쪽과 실제 돈을 내는 쪽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문제를 정치적 싸움이나 세대 갈라치기를 위한 도구로 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에 대해 "다각적인 고민이 필요하고 정치적인 논의나 세대갈등의 논의로 빠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논쟁 안에 경제적, 인권적으로 다뤄야 할 이슈들이 자칫하다간 이분법적이고 편협한 논리로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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