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경찰·소방관 지원 필수 조건 논란…"군필자라고 일 잘하나요"

이준석 "경찰·소방 등 일부 공무원 지원 시 병역 의무화 제안"
직무 연관성 불분명해 차별 우려도…일각에선 "조직에 도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 등을 포함하는 국방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4.1.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박혜연 기자 = "군대를 갔다 온다고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난해부터 약 4개월 동안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남성 수험생 이모씨(24)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발표한 공약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2030년부터 경찰, 해양경찰, 소방, 교정 4개 교정 직렬에서 신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성과 여성 성별 관계없이 병역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뉴스1>이 만난 20대 경찰·소방공무원 준비생 일부는 '군복무와 공무원이 무슨 관계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6개월 동안 소방공무원을 준비한 남성 수험생 송모씨(20)는 "모든 여성에게 시행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 공무원 준비생에게만 적용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군대를 가더라도 남보다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체력이 다 좋아져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저조한 여성 채용 비율이 더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경찰공무원 여성 지망생 최모씨(27)는 "여자 경찰, 소방 같은 경우는 소수 직렬이고 몇 명 뽑지도 않는다"면서 "시험을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군복무까지 해야 소방관이나 경찰이 될 수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경찰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된 경찰공무원(경찰대·간부후보생 제외) 4215명 가운데 여경은 1042명(24.7%)이었고 소방관(간부후보생·특별채용 제외)은 전체 1528명 중 여성이 259명(16.95%)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지원자 수가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도 나왔다. 현직 남성 경찰관 A씨(30)는 "단기적으로는 채용 정원에 비해 지원자 수가 미달 나는 등 제도적 안착까지 험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를 얻기 위한 '갈라치기 정책'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씨는 "총선 전에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성별 갈라치기 정책 같은 느낌이 있다"며 "정책이 시행됐을 때 남녀 갈등이 더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는 공약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1년간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여성 준비생 박모씨(19)는 "여자 소방, 경찰의 경우 체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은 것 같다"며 "군 복무가 필수가 되면 체력에 대한 검증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공무원의 체력 측정에 관한 여론도 긍정적 인식으로 변화하고 여성 공무원 스스로도 군 복무를 마친 후 직업의식이나 자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앞서 제기된 '직무연관성' 등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채용에 있어 조건을 걸려면 당연히 직무상의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경찰이나 소방관, 교정시설 공무원에게 군필 조건이 연관성이 작음에도 직업을 선택할 전제조건처럼 되는 건 차별이다"고 지적했다.

경찰·소방이 일정 수준의 체력을 요구하는 만큼 연관성이 있지 않냐는 견해에 대해선 "이미 체력 시험을 보고 있고 오히려 군필 조건보다 엄격한 조건이다"라며 "이미 훈련하고 있음에도 더 느슨한 방식으로 체력을 평가하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달리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경우 완력이나 담력, 무력 사용도 있는 만큼 직무연관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지원자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다양한 경험을 가진 경찰이 들어오니 조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기대했다.

grow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