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교훈삼아…다 通하는 시스템으로 넥스트 팬데믹 대비”

[요즘 질병청 뭐함?] 방역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본격 운영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도 개발…"신종 팬데믹 신속 대응"

2020년 2월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 고립돼 있던 우리 교민과 중국국적 가족 등을 태우고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한 전세기에서 내려 버스로 향하고 있는 모습. 2020.2.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19년. 지금껏 듣도 보도 못했던 감염병이 창궐했다.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뉴스를 통해 전해지던 이 감염병은 곧 전세계인의 삶에 침투했다.

2020년 1월 20일. 한국에서도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서막이었다. 백신도, 치료제도, 지금까지 본 적도 없던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4년간의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팬데믹과 함께 패닉이 시작됐다. "환자가 발생했다"고 신고할 시스템도 먹통이 되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은 1년 내내 들어온 전수감시 감염병 신고 건수는 16만 건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가 퍼지자 단 하루 동안 62만 건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기존 시스템이 버틸 재간이 없던 것이다.

방역 패스 시스템도 먹통이 되곤 했다. 2021년 12월, 식당 등을 이용할 때면 휴대전화를 꺼내 전자예방접종증명(쿠브·COOV) 앱이나 네이버·카카오 앱의 전자출입명부(KI-PASS) 등으로 큐알(QR)코드를 찍어야만 했을 때다. 시스템 오류가 계속되자 시민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환자 정보를 관리하는 방역당국 직원들에게도 극한의 상황이 몰아쳤다.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산더미처럼 쌓이는 업무에 질식할 지경에 이르게 된 것. 이를테면 코로나19 확진자로 신고된 환자의 정보가 수정됐을 경우 역학조사서에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아 일일이 확인하며 수정 사항을 기입해야 했다. 업무 시간은 배로 들고, 혹여 발생할 실수를 차단하기 위한 검증을 두 번, 세 번 해야 했다.

해외를 다녀온 후에도 골치 아픈 일이 이어졌다. 검역 당시 검역관이 묻는 질문들에 빠짐없이 대답을 한 뒤에도 입국자는 또 지방자치단체에서 같은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2020년 3월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자들이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는 모습. 2020.3.1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자 질병관리청은 곧바로 이런 문제점들을 다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세계 방역 전문가들 모두 곧 또 다른 감염병 팬데믹이 닥칠 거라고 점치고 있는 상황에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다음 팬데믹에도 이 같은 상황들이 재현될 거라는 위기의식에서다.

실제로 이런 일련의 문제들 시작점엔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 만들어진 감염병 시스템이 있었다. 환자가 약 190명에 그쳤던 메르스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감염병 시스템으로 누적 확진자 3500만명에 달하는 코로나19를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시스템은 과부화돼 코로나19 시스템을 별도로 만들기로 했는데 이렇게 될 경우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며 "기획재정부와 상의해 또 다른 팬데믹이 발생해도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2022년 4월, 방역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추진단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추진단은 팬데믹 당시 현장에서 발생했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등 실 사용자들과 소통하며 신규 시스템을 설계해나갔다. 소프트웨어 개발비에만 총 145억원을 투입하는 프로젝트였다.

문제점은 △시스템 자체의 한계 △시스템 구조의 한계 △제도적 한계 등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됐다. 소프트웨어의 낮은 성능과 느린 처리 속도, 감염병 대응 시스템이 단계별로 나뉘어져 있는 점, 외부기관과 정보 연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점 등이 주요 문제로 추려졌다.

이에 질병청은 새로운 감염병 위기 상황에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빅데이터 구축 등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정보화 역량 강화 △신종감염병에도 방역과 의료대응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 가능한 정보시스템 구축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감염병 정보를 정제·제공하는 방역 정책 지원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질병청은 정보화 전문인력을 17명에서 35명으로 증원하고 2022년 11월 본격 방역통합정보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검역부터 발생 신고, 병원체 진단, 역학 조사, 환자 관리까지 감염병 대응단계별 정보를 연계해 칸막이를 없애고 환자 개인에 대한 감염병 이력 관리가 가능하도록 재설계했다"며 "정확한 감염병 신고 및 조사 정보 수집을 위해 예방접종관리시스템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시스템, 법무부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 등 외부기관 정보시스템과 필요 정보를 연계해 수집한다"고 말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이번 방역통합정보시스템의 핵심은 '감염병 전 대응과정 정보의 통합·연계'다. 만약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RAT(신속항원검사)·PCR(유전자증폭검사) 등 검사 기록부터 예방접종 이력, 출입국 내역, 실거주지, 발생지역 등을 이 시스템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한 사람을 두고 여러 기관에서 중복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감염병 대응 속도 지연을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전수감시 감염병의 역학조사 수집 정보를 모두 체계화·표준화했다. 이에 따라 신종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기존항목을 조합해 감염병 특성에 맞는 역학조사서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질병청 관계자는 "우주에서 운석이 날아와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까진 대처 할 수 없겠지만 수인성이나 호흡기 감염병은 어느 정도 대동소이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나도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듈화했다"며 "전수감시 65종, 표본감시 23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표준화면서 새 감염병 발생시 기존엔 몇 달이 걸리던 역학조사서 개발이 1~2주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방역통합정보시스템은 지난해 12월 2주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이달 2일 정식 개통했다. 현재는 올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몰두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방역통합정보시스템에 모인 대규모 정보를 분석하고, 민간 연구진에 정보를 개방해 감염병 정책 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가장 요구사항이 많았던 게 통계 산출이었는데 빅데이터 플랫폼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시군구별, 성별, 연령별 등 통계를 자동으로 산출하는 것이어서 업무 담당자들이 수기로 하나하나 계산하던 시간에 다른 유용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감염병 통계 시간이 단축되면서 그만큼 감염병 확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 질병청은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를 가명 처리한 후 연구분석용 데이터로 개방할 예정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방역통합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수두 역학조사를 한 결과 항목 입력률이 97%가 넘는 등 시스템 개편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며 "클라우드 기반의 유연한 인프라 구축으로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신종 팬데믹을 위해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