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도장 사용했을까"…서울역사박물관 보고서 발간
일제강점기 때 처음 사용…조선총독부, 인감증명제 강제 도입
보고서, 도장 명인 5명 심층 인터뷰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해 서울미래유산기록 사업의 결과를 묶어 '서울의 인장포' 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2020년부터 시작한 서울미래유산기록 사업은 근현대 시민생활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주제 조사로 추진돼 낙원떡집, 서울의 대장간, 서울의 이용원을 조사했다. 이번에 발간한 네번째 서울미래유산기록 시리즈 주제는 '서울의 인장포'다.
흔히 '컴퓨터 도장'이라 불리는 기계 조각 인장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수조각 인장을 고집하며 개인의 신표를 만드는 인장 명장들이 있다.
한국에서 인장이 보편적으로 사용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이다. 1912년에 '인판업취제규칙'의 제정으로 인장업이 처음 제도적으로 규정됐다. 이에 따라 신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누구나 인장을 갖고 사용하게 됐다.
인감증명제도는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1914년에 '인간증명규칙'을 반포하며 강제 도입됐다.
국가 차원에서 인감제를 실시함에 따라 인장을 전문으로 제작해 주는 인장포도 일제강점기에 처음 생겨났다.
1999년 '인장업법'이 폐지되며 1912년에 제정된 '인판업취제규칙' 이래 87년간 유지돼 온 인장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현행법 중 인장과 관련한 법은 '인감증명법'이 유일하다.
2000년대 들어 컴퓨터 인장 제작과 서명 거래가 일반화되고 공인인증서 도입 등을 거치며 인장업은 줄곧 사양산업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인장은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탯줄 도장' 혹은 '수제 도장'이라 불리는 캘리그래피 디자인 한글 인장이 대표적이다.
박물관은 1950년대부터 서울에서 활동해 온 박인당, 거인당, 옥새당, 여원전인방, 인예랑 5곳의 오래된 인장포를 조사하고 인터뷰했다. 이들 인장포는 소재지에 따라 다른 장소성을 나타내며 운영자마다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보고서는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에서 열람할 수 있다. 구입은 서울책방 또는 서울역사박물관 뮤지엄 샵에서 가능하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은 "인장은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일부 국가의 특수한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독창성과 예술성을 지닌 수조각 인장의 전승 단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조사는 인장 세공 기술과 도구를 현장 조사 방식으로 생생하게 기록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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