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후속대책' 1년…전국 CCTV 인공지능화 한다

[국가재난안전시스템 개편-上]휴대폰 접속데이터로 인파관리
지자체장에 '주최자 없는 축제' 안전관리 의무화

서울 중구청 통합안전센터의 지능형 CCTV관제시스템이 작동하는 모습.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정부가 10·29 이태원 참사의 후속 대책격으로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1년이 흘렀다. 종합대책은 2027년까지를 목표로 한 중장기 대책이지만 이미 몇몇 분야에서는 그 성과가 나타났다.

인공지능과 통신사 데이터에 기반한 인파 관리가 가능해지는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됐고 지자체·소방·경찰 등 현장의 안전관리 책임과 의무가 강화됐다.

◇'인공지능 CCTV'·'휴대폰 접속량 기반 인파관리'…기술적 해법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능형(인공지능) CCTV 시스템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CCTV 54만대 중 17만3000대(32.1%)에 도입됐다. 행안부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도입률 10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지능형 CCTV는 재난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핵심 요소다. AI가 특정한 행동(쓰러짐·군집)이나 얼굴을 포착하면 해당 화면을 최우선적으로 모니터에 띄운다. '등교시간 학교 앞'과 같은 식으로 키워드를 입력해 우선적으로 화면을 보고싶은 조건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파 사고와 관련해서는 1㎡당 4~6인이 밀집하면 이를 관제 요원에 최우선적으로 알리도록 설계됐다. 현실적으로 인간 관제 요원이 수백대에 이르는 CCTV를 제대로 감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SKT·KT·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의 기지국 접속 데이터 제공 의무화로 휴대폰 위치에 기반한 인파 관리도 가능해졌다. 행안부 장관과 각 지자체장은 앞으로 이동통신 3사에 휴대폰 기지국 접속 정보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 인파가 많이 모이면 지자체 상황실에 자동으로 알림도 간다.

반복 신고를 알리는 '112 반복신고 감지시스템'도 도입됐다. 반복신고 감지시스템은 한 지역에서 1시간 내 3건 이상의 비슷한 신고가 반복되면 이를 감지해 최우선적으로 대응하도록 한다. 이태원 참사 당시 잇따른 경찰 신고가 묵살된 점에 착안한 개선책이다.

◇'현장 중심'…지자체장이 주최자 없는 축제 관리해야

'현장 중심' 대응을 위해서는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3월부터 각 지자체장에게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을 관리할 의무가 부여된다. 이태원 참사 전까지는 안전 관리 주체가 없어 핼러윈·성탄절 등 축제에 대한 안전관리가 미흡했다.

지자체장은 행사 전에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이 같은 취지에서 지난해 핼러윈 때 인파밀집이 예상되는 지역 71곳을 선정하고 지능형 CCTV를 늘렸다.

소방·경찰은 재난 상황에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서로 상황실에 '상황관리관'을 파견하는 등 소통 체계를 개선 중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소방-경찰 간 소통 문제로 구조·이송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소방청은 또 구급차가 응급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느라 골든 타임을 허비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달부터 병원-구급대 환자 중증도 분류시스템을 일원화한다.

현장 대응의 핵심인 재난안전상황실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0곳(48%)에 설치됐다. 지난해 1월 49곳 대비 2.2배 증가한 수치다.

재난안전상황실은 '24시간 재난 전담 인력체제'의 상황실을 말한다. 이태원 참사 전에도 일선 시·군·구 상황실은 24시간 돌아갔지만 야간에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 등 당직자가 역할을 겸했다.

실전 훈련도 대폭 확대됐다. 행안부는 지난해 재난안전통신망 실습은 2022년 6번보다 무려 114번 많은 120번, 실전 훈련은 2022년 9번보다 21번 많은 30번을 실시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재난 시 모든 관계기관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구축한 재난망이다.

법안 개정으로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운집인파사고가 공식적으로 사회재난의 유형에 포함되고 시·도지사에게는 재난사태 선포 권한이 부여됐다. 인파사고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매뉴얼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신종재난 발굴센터'·'재난데이터 공유 플랫폼' 신설

신종재난 위험요소 발굴센터와 재난안전데이터 공유 플랫폼이 신설되는 등 제반 여건상의 개선 사항도 있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산하 신종재난 위험요소 발굴센터는 전문학술지·언론 보도·SNS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안전 위험요소를 찾아낸다.

전문가로 구성된 '위험요소 평가·선정 위원회'가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요소에 대해서는 위험 발생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한다.

재난안전데이터 공유 플랫폼은 행안부 등 재난관리 기관이 생산한 데이터를 민간기업, 국민까지 볼 수 있도록 한 곳에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이달 기준 지진, 감염병 등 총 920종의 데이터가 개방돼 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해서는 210종이 추가된 수치다. 행안부는 지속적으로 데이터 가짓수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