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 추위'가 찜질방엔 호재?…사장님들 한숨은 코로나 때보다 깊어졌다
1000만원 훌쩍 넘는 전기세와 가스비…노후자금 턴 사장님들 '한숨'
영업시간 단축 등 허리 졸라맸지만 역부족…"요금 더 올려야 하나"
- 김민수 기자,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임윤지 기자 = "전기세 1500만원, 수도세 600만원…가스비가 1000만원 나온 건 처음이야"
서울시 관악구에서 18년째 찜질방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버텨냈지만, 앞으로 가스비가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용산구에서 사우나를 운영하는 백모씨(61·여) 또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간의 예상과는 달리 날씨가 춥지만, 기대만큼 손님이 많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현재 백씨의 가게는 성인 1인당 1만원을 받고 있다. 백씨는 가스비 등을 고려해 현상유지를 위해선 매달 5000만원은 벌어야 한다며 "하루에 약 200명(200만원)은 와야 하는데 지금은 하루 평균 140명 수준(140만원)"이라고 했다. 지금 수준으로는 매달 4200만원 정도 버는 것인데, 사실상 적자라는 것이다.
2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와 같이 가스비 등 공과금 급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찜질방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찜질방 가게들은 조금이라도 적자를 해결하고자 인건비를 줄이거나 영업시간 단축, 이용료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44시간 혼자 일했다"…허리띠 졸라맸지만
"물 데우는 보일러만 800만원, 찜질방 보일러 비용만 300만원이 나왔다"
백씨는 고지서를 가리키면서 지난달 보일러 값만 거의 1200만원이 들었다고 푸념했다. 게다가 12월보다 1월이 더 추웠기 때문에 벌써부터 고지서 받기가 두렵다고 덧붙였다.
5년 전 이곳을 계약한 백씨는 "운영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코로나19가 터졌다"라며 "그때 겨우 버틴 게 지금 매일매일 곪아 터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퇴 후 노후 자금으로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었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24시간 찜질방을 운영하는 B씨(74·남)는 가스비가 올랐다는 사실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군에서 38년을 장교로 복무한 후 4년 전 찜질방을 차린 B씨는 "지난해 기준 가스비가 14~15% 정도 올랐다"면서 "찜질방의 경우 11월부터 3월까지는 장사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엄청나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통계청의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022년과 비교해 전기료는 22.6%, 도시가스는 21.7%, 지역난방비는 27.3%, 상수도료는 3.9% 상승했다.
급격한 공과금 상승에 찜질방 가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허리띠 졸라매기'였다.
관악구의 여성 전용 찜질방은 원래 24시간 운영됐지만, 치솟은 공과금 탓에 결국 운영시간을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로 단축했다고 했다. 가뜩이나 여성 전용인 가게가 운영시간까지 줄이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다 약 1년 전 마포구의 한 찜질방을 인수한 C씨(63·남)는 보통의 경우 가스·수도·전기세가 1000만원도 나오지만, 이번 달 같은 경우에는 1300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면서 "내가 혼자서 지금 44시간 근무한다"고 했다. 그는 "어젯밤에 손님이 3명 왔다"면서 "인건비 같은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한숨을 쉬었다.
◇결국 '가격 인상' 꺼내 들지만…"손님 눈치 보여"
그러나 찜질방 업주들은 지출을 줄여보지만 그럼에도 너무도 높은 공과금 가격에 결국 찜질방 이용료를 인상하고 있다.
지난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23년 목욕료지수는 123.46으로 2022년 대비 12.7% 증가했다. 이는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26.1%)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찜질방 이용료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찜질방이용료지수는 전년 대비 11.7% 오른 119.81이었다.
백씨는 "지난해 1월 가스비가 1400만원 가까이 냈다"면서 결국 지난해 2월부터 이용료를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설 명절이 지나고 나면 1만원에서 1000원 더 올려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백씨는 말했다.
B씨 또한 지난해 주말과 공휴일 요금을 1만2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인상했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치솟는 물가를 따라가기에 벅차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시절 매우 힘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찾아주는 단골이 있었기에 이곳의 장사를 접을 수 없었다"면서 이용객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제동에서 24년 동안 찜질방을 운영 중인 한 여성은 지난 1일부로 가격을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인상했다. 그는 "이곳은 주로 나이가 많은 분들이 찾는 곳이다 보니 1000원 인상도 조심스럽다"라며 "가스비 등이 오르면서 찜질방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든 시기"라고 덧붙였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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