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제로 지역'에 '내신 기출 공개'한다지만 실효성 '갸우뚱'

교육부, 사교육비 절감 총력 대응 방안으로 제시
"대체제 공급 정책, 이미 외면 받아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교육부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정부가 교육발전특구와 연계해 '사교육 제로' 지역을 만들고 학교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공개해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시키겠단 구상을 밝혔다.

과열된 입시 경쟁으로 인해 높아진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사교육 제로 모델'을 추진한다. '사교육 카르텔 혁파 및 사교육비 경감 총력 대응'의 일환으로 사교육 없는 지역과 학교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교육발전특구와 연계해 연령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방과후 프로그램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제시한 모델 예시안 중 중·고교 단계에서는 지역 대학·사회적 기업·교육 기부 등과 연계해 방과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교과 보충 지도를 제공하거나 예체능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지원한다.

공교육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사교육의 '대체재'로 제공한다는 취지지만 사교육 수요를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인 입시 경쟁을 해소하는 대책으로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입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학원 심화 수업이나 개인 과외를 받는 게 일반적인 사교육 원인인데, 이를 방과후 학교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사교육 유발 요인에 대한 억제 정책 없이 방과후 프로그램과 학원 중 학생·학부모가 선택하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대체재 공급 정책은 이미 외면받아왔다"고 설명했다.

학교 운영 자율성을 강화하는 교육발전특구와 연계하는 사교육 제로 모델은 중·고교에서 수준별 교과 수업이 강화되는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도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우열반'이 될 수도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1월 교육발전특구 정책 발표 당시 자율형 사립고·외국어고 설립이 특구 지역에서 활성화돼 고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사교육 제로 모델이 실효성이 갖출 수 있을 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다.

교육부는 수능·내신 준비에 소요되는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내신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학교가 기출문제를 자율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훈령 해설서'와 '기재요령'에 기출문제 공개를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은 학원을 통해 재학 중인 학교와 인근 학교의 기출문제 모음집인 '족보'를 구하기도 하는데, 이같은 사교육 유발 요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출문제만 공개할뿐 별도 해설지를 함께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서 문제 해설과 기출 응용 문제를 구하러 학원에 가는 학생들의 수요를 해소하기엔 다소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출문제는 홈페이지 공개와 사본 공개 등 학교장이 결정하는 대로 할 예정이고 해설서를 배포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기출문제는 교사들이 이전에 문제를 어떻게 냈는가를 궁금해서 보는 것이라 공개를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