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언덕길 '꽈당'·도로 블랙아이스 '쾅'…안전요령 준수밖엔 답없어

무릎 굽혀 무게중심 낮추고, 손 주머니에서 빼야
교통사고 시 치사율 평소보다 53.3% 높아

최대 13.5㎝의 눈이 내린 지난 23일 오전 광주 북구 임동의 한 도로에서 빙판길에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 News1 이승현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평소에도 경사가 가팔라 노인에게 위험한데 이러다 사람이 죽겠어"

서울 강북구 강북종합체육센터 앞 인도에는 주민들이 꽁꽁 언 오르막길을 오르지 못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무리지어 서 있었다.

약 20m 길이의 오르막길 전체가 얼어붙어 한 발자국도 내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몇몇은 겨우 기어 오르기도 했지만 일부 주민은 포기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 반대편 인도로 향했다.

언덕에서 오가지 못하고 서있던 70대 A씨는 "사람이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설·한파가 이어지면서 '빙판길'이 안전사고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강북종합체육센터는 최근 60대 여성이 미끄러져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지난 15일에는 노윤상 강북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 부위원장이 긴급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전문가에 따르면 빙판길을 보행할 때 평소보다 보폭을 10~20% 줄여 천천히 걷는 게 중요하다. 무릎을 굽혀 무게중심은 낮추고 균형을 잡는 차원에서 두 손은 주머니에서 빼놓고 걷는 게 좋다.

넘어지게 되더라도 꼬리뼈, 허리, 머리로는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차라리 옆으로 굴러서 넘어지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신발은 굽이 낮은 것을 신도록 한다.

최근 보행자 사고는 물론 차도에서의 빙판길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24일에는 전남 곡성과 해남에서 6명이 경상을 입었고 9일에는 경기 이천시 제2중부고속도로에서 3명이 크게 다치고 12명이 경상을 입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18년~2022년) 동안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총 4609건, 사상자는 7835명(사망 107, 부상 7728) 발생했다. 특히 도로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은 사고 100건 당 2.3명으로 도로가 얼지 않았을 때의 치사율 1.5명보다 약 53.3% 높다.

재난안전 주무기관인 행정안전부도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도로 살얼음 교통사고 인명피해 예방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현실적으로 선제적인 제설 외에 완전한 방지책은 없는 상황이다. 언제 어디서 블랙아이스가 발생할지 예측이 어렵고 모든 구간에 열선 등의 장비를 구비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전문가들 또한 토론회에서 "운전자의 안전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의 행동요령 홍보에 초점을 맞췄다.

차량 운전자의 경우에는 차량을 출발시킬 때 D 모드로 출발하는 대신 저단에서 부드럽게 출발하는 게 좋다. 속도를 줄일 때도 기어를 저단으로 내려 서서히 속력을 줄이고, 정차할 때는 미리 살살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뒷차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

눈길을 달릴 때는 전조등을 켜야 한다. 차량 제동 거리가 길어지는 만큼 평소보다 앞·뒤차와 여유거리는 더 크게 두는 게 좋다. 또 겨울철에는 최소한 스노우체인 정도는 차량에 구비해두는 게 좋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