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중독성 약하다?…쾌락 호르몬 '도파민' 촉진하는데[체크리스트]
대마초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LSD가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세상에서 가장 오해받는 약물은 '마약'입니다. '마약이 나쁘다'는 것은 모두 압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덜 나쁘다' 혹은 '술이나 담배가 더 위험하다'는 논리가 여전하지요. '소량만 투약하면 안전하다' 또는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마약 옹호론자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마약이 괜히 마약이 아니다"며 한목소리로 경고합니다. 우리는 대마초나 LSD, 엑스터시 등 마약류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뉴스1>이 질문과 답 형식으로 마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 대마는 중독성이 담배보다 낮다는데요? 그래서 합법화된 나라들도 있는 것 아닌가요?
▶ 마약중독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실제로 그런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주로 오락을 위해 판매되는 대마초는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THC는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도취·환각 상태를 불러일으키고 의존성이 강해 반복 사용하면 심각한 중독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일부 국가에서는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나라마다 세금 문제나 여러 정치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제한적인 선에서 비범죄화 정책을 폈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중독자가 너무 많아 범죄자 수를 늘리기보다 치료 목적에서 허용하는 식이죠. 미국의 경우 대마초 흡연자가 무려 5500만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대마보다 더 위험한 필로폰과 헤로인 등 '하드드럭'(hard drug·강한 약물) 단속에 더 집중하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마 합법화가 대마 암시장 근절에 효과를 보이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청소년 정신질환 발병률과 자살률을 끌어올려 사태를 악화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 대마는 의료용으로도 사용한다던데요? 조금만 쓰면 괜찮지 않을까요?
▶ 대마초 성분 중 칸나비디올(CBD)은 환각 상태를 일으키지 않고 반복 사용해도 의존성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의료적 효용이 증명돼 미국과 유럽에서는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로 사용이 허가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뇌전증 환자에 한해서 의사의 처방을 받으면 제한적으로 CBD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CBD가 함유된 젤리, 초콜릿이나 오일 등 기호품들이 시중에서 판매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THC 성분이 일정 비율 이상(대체로 0.3%)을 넘어가면 규제 대상입니다.
국내에서는 질환 치료 목적이 아닌 경우 사용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CBD 함유 제품을 섭취하거나 국내로 반입하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대마는 유엔(UN)이 '오남용 및 중독성이 높은 물질과 그 유사물질로서 규제가 필요한 대상'(스케줄 1)으로 분류한 마약류입니다. 한때 'UN이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치료용으로도 사용이 금지된 등급(스케줄 4)에서만 제외했다는 뜻입니다. 여전히 대마는 헤로인과 아편처럼 독성과 중독성이 치명적인 물질로 취급됩니다.
- 그렇다면 LSD는 중독성이 없다는데요? 스티브 잡스 창의력의 원천이라던데요?
▶ 리세그르산 디에틸아미드(LSD)는 환각 효과가 코카인의 100배, 필로폰의 300배에 이르는 위험한 약물입니다. 시각과 청각 등 감각을 왜곡하고 신체적으로 심장마비나 호흡곤란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의약품으로도 금지된 마약류이죠.
스티브 잡스가 자서전에서 LSD 복용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동력'으로 LSD를 꼽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잡스의 경험은 환각제를 복용한 대다수 사람이 겪은 느낌과 같다고 말합니다. 외부 자극에 대한 감수성이 극도로 높아져 마치 자신이 신적인 존재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과대망상이 그 대표적인 증세라는 겁니다.
LSD가 신체적 의존이 비교적 적어 '중독성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LSD는 심리적 의존현상이 더 커서 한번 투약한 이후 환각이 지속되는 지각장애가 올 수 있습니다. 2016년 8월에는 대전에서 20대 남성이 친구가 건네준 LSD를 1회 투약하고 열흘 뒤 어머니와 이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 엑스터시나 케타민 같은 소프트 드럭(약한 약물)은 약해서 중독돼도 금방 끊을 수 있지 않을까요?
▶ MDMA, 일명 '엑스터시'라고 불리는 이 약물은 화학적으로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구조가 비슷합니다. 필로폰이 도파민 분비작용이 더 강하다면 MDMA는 세로토닌 분비에 더 강한 효과를 보이죠.
MDMA를 투약하면 도취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파티장이나 클럽에서 주로 확산했는데 과다복용할 경우 평소의 세로토닌 분비가 점점 감소돼 의존성향이 커집니다. 또 신경독이 강해 인지나 감정, 운동기능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손상되는 등 부작용이 커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케타민은 수면마취제에 사용되는 약물로 진통 효과와 함께 환각 작용을 일으켜서 마약류로 지정됐습니다. 케타민을 남용해 왜곡된 지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현실과 왜곡된 상태를 구분하지 못해 뇌가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아 위험합니다. 과다 투여 시에는 신체적으로 호흡곤란이나 뇌출혈 등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소프트 드럭은 하드 드럭(강한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존성과 금단증상, 신체적 위해 측면에서 덜 해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전한 약물은 아닙니다. 한번 마약 투약을 경험하면 그에 그치지 않고 더 강한 효과를 위해 다른 마약을 찾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징검다리 효과'라고 부릅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기 쉬운 요즘에는 각종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접한 청소년들이 단순 호기심에 빠져 마약을 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11월까지 적발된 10대 마약사범 수는 1380명으로 2022년(481명)보다 3배 이상 증가할 정도였습니다.
최진묵 마약중독치료 상담가는 "우리나라는 마약에 대한 공포마케팅만 한다. '마약하면 20~30년 뒤에 이렇게 된다'고 주입할 뿐 마약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다"며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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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