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명중 1명 화장장 못 구해 4일장"…화장터 예약 티케팅 수준

서울 화장장 2곳뿐…2명 중 1명은 4일장 이상
지자체장 책임 '한계' 정부 차원 대책 필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급증으로 인해 화장시설이 부족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경기도의 한 화장장으로 유족들이 들어가고 있다. 2022.3.1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 최근 외숙모상을 당한 A씨는 담당 장례지도사로부터 장례를 하루 미뤄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3일차 화장장 예약이 모두 마감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3일장(葬)을 예상하고 있던 A씨 가족은 생각지도 못한 4일장에 당혹스러웠다. 화장 일정을 조율해 보려고 했지만 오후에 돌아가실 경우 예약이 꽉차 4일차에 화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고령화로 사망자는 늘어나는데 반해 화장시설이 부족한 탓에 3일장(葬)을 치르지 못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화장대란'이 현실화한 수도권 곳곳에서는 화장시설 예약이 힘들자 아예 4일장 이상을 치르는 유족들이 속출하고 있다.

18일 뉴스1이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지난해 전국 화장시설의 3일차 화장률을 분석한 결과 75.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사망자 4명중 1명은 3일이 지나서야 화장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4일장을 치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인해 사망자가 가파르게 치솟을 것을 고려하면 '화장 대란'은 예견된 수순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지역의 화장시설 공급 책무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지만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기피시설로 낙인 찍혀 화장시설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주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이 나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시민 2중 1명은 4일장 이상…화장 예약 못해

서울 등 수도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서울 화장시설의 3일차 화장률은 53.3%에 그쳤다. 2명 중 1명꼴로 4일 이상 장례를 치렀다는 의미다. 특히 계절적 요인이 겹쳐 사망자가 급증하는 동절기에는 3일차 화장률이 20~30%대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동절기 3일차 화장률은 △10월 39.4% △11월 25.5% △12월 34.1%을 기록했다.

이처럼 3일차 화장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화장대란이 현실화했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7일 오후 6시35분 기준 부산 1곳, 대구 1곳, 전북 1곳, 전남 1곳, 경북 2곳, 경남 1곳 등 총 7개 화장장은 19일까지 화장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였다. 이들 화장장을 이용할 경우 3일장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화장시설이 3일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수도권의 화장장은 임시 회차까지 운영하며 화장로를 매일 '풀가동'하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는 화장장이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 단 2곳뿐이다. 현재 서울시립승화원(경기 고양)과 서울추모공원(서초구 원지동)은 3일장 수요를 맞추려 하루에 각각 19건, 10건의 화장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의 화장시설에서 근무하는 장례지도사 백모씨는 "바쁜 날에는 12시에 딱 맞춰 대기하다가 티케팅하듯이 화장 예약을 잡기도 한다"며 "코로나 이후로 나아지긴 했지만 그 뒤로도 계속 화장로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장로가 높은 온도에서 가동돼다 보니 시설 과부화 문제로 잠시 회장 회차를 줄이기도 했었지만 화장 시설 부족 문제로 결국 다시 가동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2022.3.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고령화·화장시설 부족…화장수요 못 따라가

이 같은 화장시설 부족은 고령화와 화장시설 부족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다. 매해 사망자수는 늘어가는데 화장시설이 기피시설로 낙인 찍힌 탓에 새로 짓기가 어려워서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지역일수록 주민들의 반대는 더욱 거세다. 경기 이천시에 건립을 검토하던 시립 화장장도 주민 반대 끝에 지난달 전면 백지화됐다.

문제는 화장대란이 앞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9년 사망자는 40만명을 넘어서고, 2072년 69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연간 화장가능한 시신 수인 34만6680구를 훌쩍 넘는다.

화장시설 부족은 고스란히 유족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화장 예약에 실패해 추가 비용을 내고 다른 지역으로 '원정 화장'을 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주소지 관내에서 화장할 경우 10만~2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관외 화장은 50만~100만원으로 최대 5배까지 뛴다. 타 지역주민일 경우 화장 비용을 더 비싸게 받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아예 시신을 안치실에 보관했다가 장례식장을 차리거나 사망 진단 전에 화장장을 미리 예약해 두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4일장을 치를 경우 하루에 수백만원씩 추가되는 장례식장 비용도 유족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정책적 차원에서 장사시설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사법상 장사시설의 운영·공급 책임은 각 지자체장에게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에게 강한 반발을 사는 시설 설립을 지자체장 스스로 추진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장사시설을 지자체에서 관리하다 보니 선거철마다 주민 반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화장 회차를 임시로 늘리는 등의 대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화장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시하고 국가 차원에서 신축, 증축에 나서야 한다"며 "화장장을 국가시설로 지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해결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