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두 달 앞두고 교사들 반발…교육부 "교원 분리" 입장 반복

"지자체 이관해달라" 정책제안에 "늘봄은 돌봄 아닌 교육"
현장교사·교육당국 간 갈등 격화 예상…27일 반대 집회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충남 천안 불당초등학교를 방문,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늘봄학교 본격 시행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인력 보충과 업무 경감 대책이 없다며 초등교사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교육부가 교원과 분리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거점 돌봄센터·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초등학생에게 방과후 돌봄·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는 올해 1학기 전국 2000개 초등학교에서 우선 시행되고 2학기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늘봄학교 정책은 발표 이후로 줄곧 관련 행정업무와 안전 사고·학교 폭력에 대한 책임이 교사에게 전가될 것을 우려하는 교직 사회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컸다.

초등교사들은 정부가 늘봄학교 전면 확대 시기를 2025년에서 한 해 앞당기겠다고 한 후 본격 실시를 앞둔 현재까지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제대로 확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정책 제안 플랫폼 '함께학교'에는 13일 늘봄학교 운영 업무를 모두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달라는 내용의 제안이 올라왔다. 이는 이틀만에 '좋아요' 200개 이상을 받는 등 함께학교 게시글 중 가장 압도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게시글 작성자인 교원 A씨는 "교원과의 '분리형 모델'이라면서 새 학기를 준비하는 학교현장에서는 업무 분장표에 늘봄 업무가 적혀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며 "학교는 교육을, 지자체는 돌봄을 하도록 지자체 주관 거점형 돌봄 센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육부는 글이 올라온지 3일 만에 답변을 달아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담당 국장은 '함께학교 정책답변'을 통해 "교육청과 함께 교원과 분리된 늘봄학교 운영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조속히 구체적인 운영 원칙과 방안을 만들어 학교현장, 교원단체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늘봄학교는 학부모가 희망하는 정책"이라며 "늘봄학교는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학생을 우선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해당 업무 전체를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행정으로 이관하는 방안은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제안 내용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늘봄학교 부실 확대 시행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교원단체들은 늘봄학교 반대 기자회견도 잇따라 개최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각각 지난 15일과 16일 졸속 추진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교사노조는 천막농성까지 돌입하기로 했다.

교육당국은 기간제교사 등 보조인력을 투입해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시켜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교사들은 늘봄학교 정책 발표와 함께 당국이 약속했던 '분리형 모델'이 완성되지 않았고, 이 보조 인력 또한 교사들이 직접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늘봄학교 업무가 결국 교사의 업무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교육당국과 현장교원 간 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27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전국 교사들이 참여하는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를 열 계획이다.

윤미숙 초등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육부는 인력이 없으니 기간제교사에게 늘봄 업무를 시키라고 하지만 이 인력을 결국 학교에서 교사가 구해야 한다"며 "돈을 주지 말고 사람을 보내달라는 게 한결 같은 요구였는데 교육당국은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당국은 지역별로 늘봄 센터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여기서도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해 제공하거나 강사를 채용·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이를 모두 교사가 소화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