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영 소방청장 "아파트 불 났을 때 무조건 대피 안 돼"

"대피할지 구조 기다릴지 판단해야"
'예방' 강조…'인사 비리' 해소 위해 새 평가체계 내년 시행

남화영 소방청장. (소방청 제공)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남화영 소방청장이 아파트 화재시 무조건 대피하는 대신 상황을 살피고 대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 청장은 16일 충북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을 만나 "(소방청은)'불나면 대피'보다 '불나면 살펴서 대피'로 아파트 화재 피난행동요령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의 사례에서 보이듯 아파트 화재는 계단실이 굴뚝 역할을 해 연기가 순식간에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자기집에서 불이 나지 않았음에도 대피 중에 유독가스를 흡입하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25일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로 2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당한 데 이어 전날 세종시 아파트 화재로 3명이 중태에 빠지는 등 아파트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남 청장은 "불길과 연기 확산 여부를 살펴 대피를 할지, 대기하며 구조 요청을 할지 판단해야 한다"며 "본인 집의 피난시설을 사전에 파악하고 미리 피난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 청장은 올해 소방청 정책 방향으로는 △신속·정확한 현장 대응 시스템 △예방 중심의 선제적 안전관리 △빈틈없는 재난 대비 태세 확립 △당당하고 신뢰받는 조직 구현을 내세웠다.

올해 중점 사업으로는 현장대원의 안전을 위해 국내외를 불문하고 최고 성능의 개인보호장비가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스마트 인명구조 경보장치도 연차적으로 확대보급해 대원의 생체 데이터 변화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 남 청장은 또 지난해 발표한 국가 소방산업 진흥 계획도 내실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구급대가 사용하던 병원 전 중증도 분류체계를 병원 체계와 일원화한다. 남 청장은 또 "심정지 환자 등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는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곤란 고지와 상관없이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의료기관에 통보하고 즉시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인사·채용 개선 차원에서는 2027년부터 채용 시 남녀 모두 동일한 체력시험을 보도록 한다. 다만 성별 분리 채용 기조는 유지한다. 지난해 신열우 전 소방청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거진 '인사 비리' 해소 차원에서는 객관적인 근무실적에 근거한 정량평가, 직근상급자 평가 참여, 평가 결과 공개 및 이의신청제 도입 등 개편 작업을 진행중이다.

올해 개편안 마련과 법령 개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새 평가체계를 시행한다는 게 소방청 계획이다.

지역의 경찰·군 등 같은 지원기관장보다 지위가 낮았던 충북, 전북, 대구, 울산 등 4개 소방본부장 직급은 다음달 말까지 소방감으로 상향한다. 내년 초에는 남은 대전, 광주 소방본부장도 직급을 상향한다.

남 청장은 21대 국회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소방조직법'에 대해선 "체계적인 소방 조직관리가 어렵고 시·도에 재정부담이 편중된 데다 지휘 책임도 모호한 면이 있어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더라도 22대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조직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