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간 이어진 개식용 논란 "이젠 끝"…'보상' 놓고 진통 예고[리뷰1]

조선 후기 '개고기 요리법' 문헌 나와…첫 언론보도 1924년
"한 마리에 200만원 보상" 요구…정부 "마리당 보상 없다"

편집자주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해명과 반박이 거듭되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왜곡된 파편만 남게 됩니다. [리뷰1]은 이슈의 핵심을 한눈에 파악하고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도 함께 담겠습니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개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유민주 기자 기획취재팀 = 지난 9일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00년간 이어진 '개고기 논쟁'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제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대한민국에서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유통, 가공, 판매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된다.

뉴스1은 이 지난했던 논쟁이 어떻게 시작돼서 현재 '종식'에 이르게 됐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과제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외국발 비판이 발단…이승만 정부서 규제하기도

한반도에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삼국시대 혹은 그 이전이라고 추정된다. 다만 구체적인 개고기 조리법 등이 소개되는 것은 조선시대부터다. 조선시대 후기로 가면 개고기를 먹는 문화와 조리 방법을 기록한 책들이 나타난다. 또 민간에서뿐만 아니라 사대부와 왕실에서도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대표적으로 정조의 친모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상에 개고기 찜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조선 후기부터 이처럼 개고기가 사회적으로 널리 소비되었지만 근대로 들어서면서 '외국인들은 개고기를 먹는 문화를 비문화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인식이 국내에서 생기기 시작한다. 1924년 초복날 쓰인 <동아일보>의 기사에는 '서양인들이 개를 먹는 문화를 야만적이라고 비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1926년 1월8 역시 동아일보에는 '조선에서는 개장국을 먹는 것이 위생상 해롭다고 하면서 독일의 색소니 지역에서는 매년 5만두의 개고기가 팔린다'는 분노에 찬 기사도 올라왔다.

시간이 흘러 광복이 오고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 개고기 판매를 국가가 나서서 제재하기 시작한다. 1954년 5월29일 당시 윤기병 서울시경찰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비위생적·비문화적'인 이유로 개장국 판매를 금지하고 관련 음식점의 영업허가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돌연 정부가 개고기 판매를 단속한 것에 대해 전후 미국의 영향력이 커진 것, 미국 유학생 출신에 배우자까지 미국인인 이승만 대통령의 영향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단속 의지에도 복날 개장국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고 업주들은 메뉴명을 '보신탕' 등으로 고치며 영업을 계속했다. 그러다 개고기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1970년대. 축산업이 발전하면서 축산물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정부는 1973년 축산법 중 가축의 범위에 개를 포함하고, 1975 축산물가공처리법(현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개 및 사양하는 사슴과 비둘기'가 도축할 수 있는 가축의 한 종류로 포함시킨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반발이 일자 1978년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 '개'를 제외한다.

지난 2016년 8월 말복을 맞아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보신탕 음식점 앞에서 동물복지단체 생동생사 회원들이 개고기 식용종식과 각 지자체에 동물보호과를 신설할 것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6.8.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지부진 '사회적 논의'…'김건희' 발언 이후 급물살

개 식용 문제는 해외의 시선이 몰리는 국제행사를 치를 때마다 논쟁거리가 됐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시는 특별고시로 개고기를 판매 금지했다. 하지만 국제행사가 끝나면 단속도 사라졌고 개고기 유통·판매는 계속됐다. 그러다 2002년을 월드컵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개식용 반대를 주장하는 동물단체들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며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개 식용 사업의 명맥도 유지됐다.

개 식용을 중단하자는 목소리는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제기됐고 관련 법률 개정도 있었지만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법 개정안들도 대부분 개 식용을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임의도축을 금지하는 등 우회적 방법으로 장벽을 높이는 수준이었다.

동물복지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4개월여를 남기고 '개 식용의 공식적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설치했으나 참여자들 사이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후보를 시작으로 주요 후보들이 '개 식용 금지' 공약을 내걸었지만 대선 이후에도 큰 정치적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논의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여당에서도 관련 법안이 나오고 개고기 식용 중단을 공약했던 민주당에서도 호응하면서 상황이 빠르게 전개됐다.

6월 한정애 의원의 대표 발의를 시작으로 개 식용을 금지하는 특별법안 4건이 발의되고 8월에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제안으로 44명의 국회의원이 모여 '개 식용 종식 촉구 결의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결국 여야가 개 식용 금지를 당론으로 내걸게 됐다. 이에 올해 1월 한정애 의원 발의안을 골자로 여타 다른 발의안들을 반영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대안으로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개고기 비판이 문화사대주의?…논란의 쟁점들

100여년간의 역사 속에서 개고기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있었지만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애매한 법령 해석 △개의 특수성 주장 등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개고기 논쟁의 시작이 '외국인들이 이를 야만적으로 생각한다'는 비판에서 비롯된 만큼, '우리의 전통음식을 외국인의 비판 때문에 버려야 하냐'는 반발이 생겨났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을 앞둔 시기에는 이런 반발이 극명하게 들어난다. 과거 해외의 비판에 대해 눈치 보기식으로 개고기 문화를 숨겼 것 던 것과 달리 이때는 '문화상대주의'를 내세우며 개고기 취식 문화에 대한 비판을 '서구에 대한 문화사대주의'라고 반박하는 이들이 나오기도 했다.

2001년 12월 정치권, 문화계, 학계를 망라한 167명의 인사들이 나서서 일명 '개고기 불간섭 선언'을 발표한다. 이들은 "개고기 식용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이며, 다른 나라에서 간섭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개 식용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개를 먹는 행위를 전통문화로 본다고 할지라도 구성원들의 인식이 바뀌면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반려동물 인구의 확산 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개고기를 먹는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개 식용을 반대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어 개 식용 문제는 관련 법령을 두고서도 논쟁이 일었다. 정부가 개 식용을 규제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개 식용을 금지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은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으니 불법이 아니다'라는 식의 논리를 폈다. 또 축산법에는 가축으로 개가 포함돼 있어 분료 처리 등의 기준을 충족하며 개를 기르는 개농장을 운영하는 것 자체는 처벌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동물단체 등은 그동안 개식용과 관련된 입법 내용을 보더라도 개 식용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가 포함되지 않았고 식품위생법에서도 개를 식품의 원료로서 보지 않고 있으며 개를 도살하는 행위가 동물보호법에도 저촉된다는 것이 동물단체의 입장이다.

법적으로도 모호한 부분이 많았다. 개를 농장에서 기르는 것은 처벌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개를 도축, 유통, 판매하는 것은 불법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개를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유통,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정부가 영업정지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으나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개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개 식용을 찬성·반대하는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개 식용을 찬성하는 측은 소, 돼지, 닭, 오리 같이 개 또한 다르지 않은 가축이며 먹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개인의 선택의 문제지 누군가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고기 산업을 양성화해 위생을 갖추고 법의 테두리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대로 동물단체들은 입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꾸준히 개의 '특별함'을 강조해 왔다. 이들은 개가 최초로 가축화된 동물로 애초부터 먹이의 목적보다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말한다. 더욱이 이들은 개는 다른 가축들과 달리 인간과 긴밀하게 감정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인 반려동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대한육견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2022년 4월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식용개 관련업 종사자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22.4.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개 식용 종식… 당장의 과제는?

결국 3년 뒤에는 대한민국에서는 개를 먹을 수 없게 된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공포와 동시에 개의 사육농장 및 도살·유통·판매시설 신규 설치 금지되고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전·폐업 이행계획서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어 유예 기간 3년이 지나면 이후에는 개 식용과 관련된 모든 행위가 금지된다.

하지만 개고기 관련 사업자들과 정부가 보상·지원안에 대한 합의를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어 오랜 시간 갈등이 예상된다. 먼저 대한육견협회는 영업손실을 보상해 달라며 개 1마리당 200만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정부는 마리당 보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전국 개 농장에 사육되고 있는 개체수가 약 5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리당 200만원을 적용하면 보상액만 1조원에 육박한다. 반면 육견협회 측은 최대 사육 개체수가 200만마리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적용하면 보상액은 4조원이 된다. 올해 전체 예산이 18조원인 농축산부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또 육견협회 측은 "유예기한이 최소 7년이 필요하다"라며 "3년 안에 모든 것을 종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농축산부는 "법률 시행 이전까지 관련자들과 협의해 적정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입장 차가 너무 커서 입장이지만 합의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 농장에서 길러지고 있는 최소 50만마리의 개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문제다. 정부는 전·폐업 이행계획서를 받아서 개들을 모두 '소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 제정에 불만을 품은 농장주들이 법시행 이전에 농장 문을 갑자기 닫아버리면 개들의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육견협회는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 개 200만 마리를 풀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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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슈와 관련된 전문가 인터뷰와 현장 스케치를 담은 기사는 밑에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개 식용 종식 늦어져"…전진경 대표의 회한[리뷰1]

(https://www.news1.kr/articles/?5289025)

"30년 해온 개고기 장사, 나이 칠십에 다른 일 할 수 있을까"[리뷰1]

(https://www.news1.kr/articles/?5289008)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