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위관료·서울대 입학사정관 각각 사교육에서 활동"

양정호 교수 "전현직 고위공무원 27명, 사교육업체 주식 보유"
"2023 수능 영어 23번, 해당 지문 인용한 논문 관련자 의심"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지난 5일 오전 열린 사교육·카르텔 10대 유형 발표 사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없애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교육부 전직 고위 관료들이 사교육업체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국가교육위 대입특위에서 사교육업체 대표가 활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타강사' 교재 지문과 동일한 지문이 출제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논란에 관해서는 이 지문을 인용한 단 한 건의 국내 논문 관련자가 배후에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주최로 11일 열린 '사교육 카르텔 타파, 이젠 제대로 하자. 척결이냐 유착이냐'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직 고위 교육공무원 수두룩…사교육 카르텔 '의혹'

교육부 장관을 지낸 A씨는 2015년 초·중·고교 대상 학원을 운영하는 업체에 사외이사로 취업해 활동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초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을 거친 B씨는 2022년부터 사교육 업체 감사로 활동하고,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이었던 C씨는 2013년부터 사교육 업체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교육부 전직 공무원 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입학사정관인 E씨는 대치동 입시컨설팅 학원에서 활동했다. 그는 서울시교육청 방과후학교 지원센터와 EBS 강사로 활동했던 이력을 홍보하기도 했다.

수능 출제위원장 F씨는 퇴직 후 2010년 한 사교육업체 회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4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위촉한 대학입시제도 개편 특위에는 사교육업체 대표가 포함돼 있다고 한다.

양 교수는 입시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 업체의 대표인 G씨가 국가교육위의 대입개편 특위에 합류하고,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디지털소통단장을 맡은 적 있다고 주장하며 "교육 정책과 입시 정책이 사교육업체들 손에 있다"고 폭로했다.

G씨는 입시 정보와 학원·교재 정보 후기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2012년 웹사이트 운영 소감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히며 "(입시 컨설팅 업체)H와 I에 감사하다"는 문장을 실기도 했다.

◇"전현직 고위 공무원 27명, 사교육업체 주식 보유"

양 교수는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이 사교육 업체의 주식을 다량 보유한 적이 있다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 사교육 주식을 본인이나 가족이 보유했거나 보유한 고위 공무원이 27명이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밝혀진 고위 공무원들의 주식 보유 현황을 통해 파악한 수치다.

지방대학 부총장인 J씨는 사교육 관련 주식 6161주를 보유했다.

이밖에 국방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고위 공무원도 지난해 4~7월 기준 본인이나 가족이 교육업체 주식을 100주 이상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 소속 고위공무원 2명은 이들의 배우자나 어머니 등 가족이 사교육업체 주식을 보유했다 모두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 교수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사교육업체에 취업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육군 대령이 퇴직 후 사교육업체 직원으로 취업하거나 국세청 고위공무원이 퇴직 후 사교육업체 사외이사로 취업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청 경정이 2016년 사교육업체 상무보로 이직한 사례도 들었다.

대형 입시학원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지문(왼쪽)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23번 문항.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3수능 영어 23번 지문, 국내 논문 인용 단 한 건"

양 교수는 최근 수능·사교육 업체 문제 간 '유사성 논란'이 불거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문제의 출제 경위에 의구심을 표하며 문제가 된 지문이 국내 논문에서 인용된 경우는 단 한 번뿐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로 유명한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 tion)에서 발췌했다.

이 저서는 2017년 서울 한 사립대 교수의 논문에 한 번 밖에 인용되지 않아 관련자들이 2023학년도 수능 출제에 연관됐을 수 있다는 것이 양 교수의 주장이다.

양 교수는 "이 논문을 우리나라에서 읽었거나 접한 사람은 다섯 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저서의 지문이 수능에 출제된 것은 의심스럽다"고 했다.

양 교수는 해당 논문을 작성한 교수나 가족이 2023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으로 들어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논문 집필 교수가 직접 연관된 것이 아니라면, 교수의 제자들이 연루돼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사교육 업체가 수능 출제위원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교수들의 정보를 대학원생들을 통해 사전에 수집하고, 모은 정보를 통해 사설 모의고사를 제작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