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판박이' 지문 일타강사에 문항 판 교사 4명도 수사의뢰(종합)

(서울=뉴스1) 남해인 이유진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 지문과 한 '일타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지문이 일치해 교육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가운데, 해당 강사와 문항 거래를 한 현직 교사들도 함께 수사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지난해 사교육·카르텔 신고센터에서 현직 교사 4명이 해당 일타강사와 문항을 거래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해당 강사가 기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과 관련된 의혹과 연관돼있어 이 사안을 추가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11월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이 입시학원 메가스터디의 유명 강사 교재 지문과 동일하게 출제된 배경에 대해 교육부가 지난해 7월 경찰에 수사 의뢰한 사실이 이날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하버드대 교수가 쓴 '투 머치 인포메이션'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강사의 교재에 실린 문제는 지문의 어휘 뜻을 묻고, 수능 문제는 지문의 주제를 물어 문제 유형은 달랐지만 지문은 동일했다.

교육부는 이 사안과 별개로 같은 시점에 현직 교사들과 해당 강사의 문항 거래도 수사 의뢰한 것이다.

교육부가 수사를 의뢰한 경찰청은 해당 강사에게 업무방해 혐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 의뢰된 교사들이 실제 2023학년도 수능이나 6월·9월 모의평가 출제·검토위원으로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2023학년도 수능 직후 평가원은 영어 23번 문항에 대한 이의 제기에 관해 문제·정답 오류에 대한 이의 신청이 아니라며 심사 대상으로 올리지 않았다.

당시 평가원 관계자는 "개별 학교·입시학원 등에서 마무리 학습을 위해 제공되는 내용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사설 모의고사와 동일 지문이 출제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감사원도 사교육·카르텔 관련 감사의 일환으로 교육부와 평가원이 해당 논란을 인지하고도 8개월 늦게 조처한 이유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설 모의고사 등도 수능 출제 시점에 검토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비슷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