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내게 그 짓…수면제 없이 못 자" 롤스로이스 마약 의사 피해자들 울분

롤스로이스 돌진 사건 가해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를 받는 40대 염모 씨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 밖으로 나가고 있다. 2023.12.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약물에 취해 운전하다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운전자에게 마약을 처방한 의사가 마취 상태인 환자들을 성폭행하고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가 드러난 가운데 피해자들이 엄벌을 호소했다.

5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모씨(28)에게 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를 받는 40대 의사 염모씨를 구속 송치했다.

앞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염씨가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수면 마취 상태인 여성 10여명을 불법 촬영한 정황을 포착,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를 추가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염씨로부터 성추행,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환자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MBC가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 이모씨는 피부과 시술을 맡았던 의사 염모씨가 마취로 잠든 자신을 추행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MBC 뉴스 갈무리)

이씨는 "처음에 그 사진 보셨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드셨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술실에서 제가 누워 있는 사진이더라. 위아래가 다 벗겨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일단 일을 다 그만뒀다. 도저히 말할 곳도 없고 해서 병원 다니면서 수면제 없으면 잠도 못 자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3년 전부터 염씨의 병원에 다녔던 40대 여성 강모씨도 증거물을 본 이후로 평범한 일상을 통째로 잃었다. 그는 "이게 다른 사건으로 인해 밝혀지지 않았으면 저는 아직도 그 병원을 다니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매체에 전했다.

강씨는 "혹시 이게 지금 소장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유통시켰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가 됐을까 봐"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씨는 "이름을 바꾸고 병원 간판을 바꾸고 개원을 하면 또 모르고 사람들이 갈 거다. 다시는 의사를 못하게 해야 한다"며 염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의사들의 성범죄는 해마다 159명꼴로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의사가 793명(한의사·치과의사 포함)이다. 유형별로는 강간·강제추행이 87%, 불법촬영이 10%였다.

지난해 11월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면서 어떤 범죄든 관계없이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판결 확정 전까지 별 제한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실제 최근 5년간 성범죄로 인해 면허가 정지된 경우는 6명에 불과했으며, 처벌도 미약했다. 가장 길게 면허 정지를 받은 건 6명 중 1명이었으며 나머지 5명은 면허정지 한 달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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