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요? 한달에 만원 더 받아서 할 수 있는 게 뭐죠"
주 15시간 일해야 한달 '1만6000원' 늘어 "체감 안돼"
알바생-자영업자 '서로 입장 이해된다'…물가 안정 급선무
-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사실상 거의 안 오른 수준이죠"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20대 이모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 체감을 묻는 말에 이같이 잘라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240원(2.5%) 인상된 986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며 청년층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6% 올랐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소비할 수 있는 물건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 한 달 60시간 일해야 '1만6000원' 늘어…"임금인상 체감 안돼"
최저임금 인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 주에 15시간씩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고 가정하면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69만8701원을 받게 된다. 지난해보다 1만6000원가량 더 받는 셈이다.
상당수 가게들은 주휴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 이른바 '쪼개기 고용' 등을 고려하면 아르바이트생들의 손에 쥐는 돈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층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이미 한 달 식비만 해도 대략 45만원은 들고 대중교통 비용도 인상돼 지출이 많다"며 "최저임금 인상폭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모씨(26)는 고물가로 생활비가 늘어나 최근까지 투잡을 뛰었다고 했다. 그는 "한 달에 만원 정도 더 받게 됐는데 크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이 최저임금을 받는데 고작 240원씩 오른다고 임금 인상이 체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고용주들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박모씨(29)는 "일하는 사람이야 돈을 더 받으면 좋지만 경제를 고려하면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는 게 (장기적으로) 마냥 좋지만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 고금리·고물가에 높은 인건비까지?…"버티기 어려워"
자영업자 역시 아르바이트생의 고충을 모르지 않았다. 지난 2일 서울 신촌에서 만난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생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거의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금리로 시름 중인 상황에서 인건비 인상까지 겹치면 가게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은행의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 따르면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현재 3.5%의 고금리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잡히지 않는 고물가도 문제다. 신촌역 인근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고금리인데 난방비, 식자재비도 오르지 않았느냐"며 "최저임금까지 (크게) 오르면 가게를 닫는 자영업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지출이 많아 지난해부터는 직접 나와 일하는 시간을 1~2시간 늘렸다"며 "여기에 인건비까지 오르면 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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