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망해서 자퇴"…고교 학업중단율 10년새 최고

'내신 회복 불가' 판단에 자퇴 선택하는 학생 늘어
학교 포기하고 '수능 올인'…"공교육 경시" 우려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지난달 17일 열린 종로학원 2024 수능 결과 및 정시합격점수 예측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안내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서한샘 기자 = "내신 6등급이라고 자퇴한대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에 '올인' 한다고 잘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서울 노원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로 재직 중인 A씨는 올해만 5명의 학생이 학교를 나가는 걸 지켜봤다. 이들의 자퇴 사유는 모두 '망한 내신'이었다.

A교사는 "자퇴생들은 내신이 4~6등급이었는데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학교에서도 자퇴를 말리기 어려울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고교 교사인 이모씨의 학교에서도 올해 3명의 학생이 "수능에 집중한다"며 자퇴를 결정했다.

이 교사는 "어차피 버릴 내신 대신 재수학원에 들어가 수능 준비만 하겠다고 했다"며 "주변 모든 선생님들이 나서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고교에서는 내신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의 공교육'을 포기하고 오직 수능만을 위해 자퇴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관련 통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 학업 중단율'은 최근 10년 사이 최대치인 1.9%를 기록했다. 전년(1.5%) 대비 0.4%p(포인트) 증가했다.

고교 학업중단율은 2014년 1.6%에서 2015년 1.3%로 떨어졌지만 이후 해마다 늘어 2019년엔 1.7%까지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였던 2020년 1.1%로 떨어지나 싶더니 2021년 1.5%, 2022년 1.9%로 급증했다.

2023년 교육기본통계 중 '초·중·고교 학업 중단율'. (한국교육개발원 제공)

학업중단율이 크게 늘면서 올해 고졸 검정고시 응시자 또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교육부의 '2023년 고졸 검정고시 연령별 응시 현황'에 따르면 13~19세(10대) 고졸 검정고시 응시자는 3만45명으로 집계됐다. 전년(2만5329명)보다 18.6% 증가한 수치로, 역대 가장 많다.

전체 지원자 대비 10대 비율도 크게 늘었다. 올해 고졸 검정고시 응시자 4만189명 중 10대 응시자는 74.8%를 차지했다.

10대 고졸 검정고시 응시자 비중은 2019년 67.7%, 2020년 70.7%, 2021년 67.8%, 2022년 71.5%로 2021년을 제외하곤 꾸준히 증가 추세다.

앞서 노원구 한 고교 사례처럼 내신이 중요한 수시 경쟁에서 한 학기 시험만 성적을 잘 얻지 못해도 불리하다는 인식에 학생들이 전략적으로 '수능 올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를 자퇴하고 재수학원에 들어가 수능 준비에만 집중하겠다는 판단에서다.

2019년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 이후 정시 비중이 40%로 늘어나 정시를 통한 대입 문이 넓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입 때문에 자퇴를 결정하는 학생들이 생기자 교육 현장에서는 "공교육의 가치가 경시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사는 "학교의 존재 이유가 성적만은 아니지 않냐"며 "교과 지식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 친구들, 선생님과 생활하며 공존을 배워나가는 장인데 '시험 성적을 내기 위한 곳'으로 인식이 전락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