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안심소득' 호평…"기본소득보다 적합"

뒤플로 MIT 교수, '국제안심소득포럼'서 오세훈 시장과 대담
"설계 모범적"…오세훈 "성공하면 대선 후보들 공약 삼을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안심소득'에 대해 "한국엔 기본소득보다 '안심소득'이 더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뒤플르 교수와 오 시장은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앞서 '복지 사각·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새로운 보장제도 모색'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안심소득은 서울시 거주 중위소득 85% 이하(재산 3억2600만원) 가구를 대상으로 중위소득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소득보장형 복지모델이다. 소득이 수급 기준을 넘어도 자격을 박탈하는 대신 수급자 소득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지급을 멈추거나 재개한다.

뒤플로 교수는 안심소득 실험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달라는 오 시장의 요청에 "안심소득 시범 사업은 굉장히 모범적 사례"라며 "제가 시범사업을 해도 비슷하게 설계를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계가 잘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처럼 이런 사업을 중간에 평가한다는 건 대단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평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실험을 진행해 나갈지 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실험이 잘될 거라 본다"고 말했다.

뒤플로 교수는 2019년 역대 최연소이자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3년 빈곤퇴치연구소를 공동 설립해 20년간 40여개 빈곤국을 찾아다니며 빈곤 문제 연구에 헌신하고 있다.

뒤플로 교수는 특히 "한국처럼 부유하고 데이터 체계가 잘 갖춰진 국가에는 기본 소득보다는 선별 소득이 적합하다"며 "선별 시스템이 기본소득보다 소득 재분배에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편 소득의 경우 통계 체계 미비로 구체적 복지 대상 파악이 어려운 '빈곤국'에 적합하다는 게 뒤플로 교수 설명이다. 대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만 있다면 선별 복지로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게 많은 지원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뒤플로 교수는 안심소득이 수급 기준 초과 때도 자격을 박탈하지 않고 유지하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혜자가 복잡한 절차를 거쳐 직접 복지 사업을 신청하도록 하면 신청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많이 양극화됐고 이로 인해 정치에서도 양 극단이 이끌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힘이 돼 드리는 게 정치인 본연의 임무이자 책임인 만큼 안심소득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은 비교적 역사가 길지 않아도 정교한 실험이 이뤄지는 반면 하후상박 소득보장은 어느 나라에서도 제대로 실험이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이 의아했다"며 "이번 실험이 성공해 가치를 인정받으면 다음 대통령 선거 쯤에는 어느 당 후보든 이를 공약으로 삼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 시장과 뒤플로 교수는 안심소득이 대상자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된 1단계 시범사업 참여 1523가구(지원가구 484가구, 비교집단 1039가구)를 대상으로 한 중간조사에 따르면, 안심소득 시범사업으로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높은 탈수급 비율 △지원가구의 근로소득 증가 △비교가구 대비 지원가구의 식품·의료 서비스·교통비 등 필수 재화 소비 증가, 정신건강 및 영양 개선 등 효과가 나타났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