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무명 개그맨 "PD 요구로 '사람 똥' 먹었다…방송 통편집" 씁쓸
"'시간탐험대' PD, 리얼 강조…낭떠러지 떨어져 목 부러져"
자영업자로 발돋움…"월수입 5천만원, PD 안 마주쳤으면"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개그맨 은퇴 후 자영업자로 전향한 남성이 프로그램 PD의 갑질을 고백한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 프로그램 PD 갑질 때문에 은퇴한 개그맨'이라는 제목의 글이 빠르게 퍼졌다.
해당 글에는 2년 전 유튜브 채널 '30대 자영업자 이야기'에 출연한 개그맨 김주호의 이야기가 담겼다.
영상에서 김주호는 "저는 '코미디빅리그' 나가서 뺨 한 대 맞고 들어가는 이런 개그맨으로, 무명 생활을 10년 정도 했다"며 "개그맨 10년 하다가 그만두고 식당 하는 건 쉬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개그맨 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김주호는 "사람들 비위 맞추는 게 솔직히 되게 힘들다. 행사라도 하나 받으려면 돈 있는 분한테 가서 딸랑거려야 한다. 그런 것들이 나를 되게 초라하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개그맨을 은퇴한 이유에 대해 그는 "10년 하다가 안 되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맛을 볼 만큼 봤다고 생각했다. 빨리 개그맨 끝내고 돈 벌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시간탐험대' 프로그램을 촬영할 때 감독님이 리얼을 되게 강조하셔서 안경을 벗고 찍었다. 조명 하나 없이 깜깜한 데서 촬영하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져서 목이 부러졌다"고 밝혔다.
당시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김주호는 식당으로 성공한 아는 형님에게 제안받았다고. 조세호, 남창희와 친구 사이라는 그 형님은 "너도 형 일을 배워볼 생각 없냐? 내려와서 1년만 고생하면 가게를 열어주겠다"고 했다.
김주호는 "병원에 누워있을 때 생각 나서 바로 연락을 드리고 치료받고 나서 내려갔다"며 "그때 형님 가게에서 1년간 설거지부터 손님 응대 등 다 배웠다. 이후 가게를 차려주셨고, 지금 내 가게에서 나오는 수익을 형님한테 갚고 있다. 한 달 수입은 4000만~5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장사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김주호는 "'시간탐험대'에서 갑자기 나한테 사람 똥을 먹으라더라. 왕의 똥을 먹어서 건강 상태 체크해야 한다는 고증 내용이었다. 심지어 방송에도 안 나왔다. 방송이라도 나왔으면 억울하지도 않다. 그래도 (식당은) 고생하면 수입이 있지 않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똥 먹으라 해서 먹은 건데 기분 많이 나빴다. PD님만 믿었는데 추억으로 끝났다. 된장에 고추장 조금 섞으면 똥 같아서 연기할 수 있을 텐데 진짜 똥 먹고 반응하길 원했나 보다"라고 씁쓸해했다.
끝으로 김주호는 "지금 그 PD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서로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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