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또 얼면 어쩌나…동여매고 보온재 채우고" '동파 방지' 안간힘
주말까지 '북극 한파'…21일 서울 최저기온 영하 15도
전문가 "수도계량기 보온 유지…집 비울 땐 꼭 물 틀어놔야"
-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지난 주말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동파 방지 스티로폼과 테이프로 세탁기와 건조기 배수관을 감쌌다. 이번 주 한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A씨는 "지난해 세탁기와 건조기가 얼어서 사흘 정도 사용하지 못했었다"며 "빨래가 정말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조치를 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 계량기에 보온재, 물 틀고 외출…동파 대비 '분주'
주말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예고되면서 시민들이 '겨울나기' 노하우를 총동원하고 있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북극 한파가 내려오면서 21일에는 서울 지역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진다. 토요일까지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한파에 실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5시 이후 230여건의 동파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153건이 18일 이후에 신고됐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모씨(여성·50대)는 주말부터 세탁기 사용을 중단했다. 김씨는 "세탁기를 돌리면 동파 위험이 있어 손으로 세탁하고 있다"며 "불편하긴 하지만 동파 걱정에 어쩔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의 걱정이 컸다. 복도식 아파트에 거주하는 서모씨(27)는 "베트남으로 여행을 간 사이 계량기가 터진 적이 있다"며 "(당시) 흘러간 물에 빙판이 생겨 옆집까지 민폐를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영하 4~5도만 내려가도 불안해 주방과 화장실의 물을 틀어둔다"며 "계량기가 깨진 것 외에 수도관이 얼어 드라이기로 벌벌 떨며 녹인 것도 셀 수 없이 많다"고 푸념했다.
서대문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원생 이모씨(27)도 이날 물을 틀어놓고 집을 나섰다. 이씨는 "지난해 수도관이 동파돼 핫팩과 드라이기로 관을 녹이느라 고생했다"며 "낮 기온도 영하인 만큼 동파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구옥이나 장기간 외출시 더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동파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수도계량기 보온과 물을 틀어두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불 등을 사용해 수도계량기의 보온을 유지하고 물을 가늘게 흘려보내 수도관이 어는 걸 방지해야 한다"며 "지자체에서는 문자에 영상 링크를 첨부해 구체적으로 안내를 하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래 전에 지어진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더 꼼꼼한 대비가 필요하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아무리 계량기가 외부와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은 외풍과 찬 기온에 특히 취약하다"며 보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일러를 '외출 모드'로 맞춘 후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며칠간 집을 비워야 한다면 물까지 꼭 틀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외출용 보일러만 돌리고 며칠간 집을 비운 경우 동파가 많이 발생한다"며 "외출 모드 외에도 물을 틀어두고 외출해야 수도관이 어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grow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