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뿌려지는 성매매 전단지, 단속에도 왜 반복될까[알고보니]

오토바이 이용 기동성 뛰어나고 2차 사고 우려로 검거 어려워
점조직 형태 '광고주' 찾기 불가능…교묘한 문구 '과태료' 처분 그쳐

서울 강남구 언주역 인근에 뿌려진 선정성 불법 전단지. 2023.10.25/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강남 하이퍼블릭', '여대생 셔츠룸 무한초이스', '1대1 유흥치료'

지난 15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 먹자골목에는 이런 문구와 가벼운 옷차림의 여성 사진이 인쇄된 전단지가 나뒹굴었다. 강남구 언주역 인근 인도에도 낮뜨거운 사진과 전화번호가 적힌 파란색 전단지 수십장이 흩뿌려져 있었다.

전단지를 살포하는 '배포족'은 보통 2인 1조로 오토바이로 이동한다. 불시에 나타나 도로에 무차별적으로 전단지를 뿌리고 달아난다. 인근 주민들은 저녁마다 나타나는 유흥업소 전단지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쓰레기만 더욱 늘어난다고 하소연했다. 자신들의 어린 자녀들이 이 전단지를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따라다닌다.

송파구 신천동에 사는 주민 A씨는 "성매매 업소 홍보 전단지들이 대로변에 공공연하게 뿌려져 있는 게 정상적인 풍경 같지는 않다"며 "매일 아침 미화원들이 쓸고 닦아도 없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더 근본적인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성매매 업소 전단지 살포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광고주인 실제 업소 운영자를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 유포자 조차도 검거가 어렵다는 점이다. 설사 유포자를 검거하더라도 철저하게 분업화돼 있어 유포자도 광고주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전단지 문구 역시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교묘한 형태가 대부분이다.

2008년부터 도입된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과 자치구별 단속팀도 유흥가 위주로 평일 주야간에 불시 현장 감시를 하고 있지만 단속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성매매 의심 업소의 불법 전단지 수사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올해 검거한 인원 가운데 형사 입건은 0건인 것도 이런 이유들 떄문이다.

서울 강남구 언주역 인근에뿌려진 여대생 셔츠룸 전단지. 2023.10.25/뉴스1 ⓒ News1

◇ "순식간에 전단지 뿌리고 사라져···잡기 쉽지 않다"

일반 전단지와 다르게 성매매 업소 의심 전단지는 가게 위치가 없다.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업소 관계자가 아닌 장소로 '픽업 서비스'만 해주는 중간다리 역할의 중개업소인 경우가 많다.

중간 알선책이 인쇄업소와 성매매업소를 연결하고 거래는 온라인과 택배를 통해 이뤄진다. 한쪽을 검거하더라도 다른 한쪽을 적발하기는 어렵다. 수사 추적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전화를 걸면 또 다른 번호로 전화가 오고, 실제 불법업소 관계자와 연락이 닿으려면 몇개의 대포폰 번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민생사법경찰단은 유포자를 적발하면 입건 후 수사를 진행해 검찰에 송치할 수 있다.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불법 전단지 배포는 워낙 조직화돼 있어서 내사로 계속 진행 중에 있지만 형사 처분으로 입건된 건수는 올해 없다"며 "유포자 특정을 위해 잠복을 하기도 했지만 유포 행위 자체를 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적극적으로 오토바이를 뒤따라가는 등 추적을 했다가 다른 차량과의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 시민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도 없어 더욱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자치구도 현장 적발에 나서지만 '수거'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구청에 신고되지 않은 노래방 등의 일반 유흥업소 전단지는 적발 시 과태료 이상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올해 불법 전단 배포자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12월11일 기준) 75건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보통 전단지 살포는 팀 단위로 움직이며 팀당 평균 1만여장을 소지한다"며 "올해 수거된 불법 전단지는 22만~23만장이며 매주 한팀 정도는 적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선정성 사진과 전화번호가 들어간 '성매매 의심 업소 불법 전단지'의 경우 자치구가 수사기관에 고발해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전단지에 성매매 관련 정보가 들어가 있어야 고발까지 가능한데 애매한 경우가 많아 일단 불법 전단지에 대한 과태료 처분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의 한 유흥가에 불법대부업 전단지가 흩뿌려져 있다. 서울시는 2017년 10월 전국 최초로 개발한 일명 '대포킬러'(불법 전화번호에 무제한 자동발신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금까지 불법 대부전화번호 총 2만1000여건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2022.4.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구청 허가 받고 지정된 장소에서 배포된 전단지만 합법

광고 전단지의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전단을 배포하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자치구별로 기준이 다르지만 크기에 따라 장당 5000원 이상, 5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길에서 한장씩 나눠주는 전단지도 신고되지 않았다면 불법이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구청 도장을 받고 지정된 장소에서 배포한 전단만 합법이다.

소상공인들이 담벼락, 전봇대, 현관문 등에 광고 전단 배포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제9호에 의거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하철 열차 내부의 경우 경범죄처벌법 제3조와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제85조에 따라 지하철 내 광고물 무단 부착이 금지된다. 또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부착자들을 적발하면 경찰 고발을 하거나 철도안전법 제50조에 의거해 퇴거조치를 할 수 있다.

한편 성매매 알선 전단 같은 음란 전단은 옥외광고물법 제5조와 청소년보호법 제19조에 따라 엄격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옥외광고물법 제20조에 따라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불법 전단은 제작·배포한 자에게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