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전청조와 수법 똑같아"…'로맨스 스캠 전문' 수배범 전창수 화려한 행적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를 상대로 '로맨스 스캠' 사기 행각을 벌인 전청조가 구속 기소된 가운데, 전청조의 아버지 역시 딸과 똑같은 사기 수법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잠적한 사실이 드러났다.
15일 유튜브 'JTBC News' 채널에 공개된 '악인취재기; 사기공화국' 영상에서는 전청조의 아버지인 지명수배범 전창수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한 제보자는 전창수가 '박OO'이라는 이름으로 전남 여수에서 삼겹살집을 크게 운영하다가 돌연 사라졌다는 얘기를 전했다. 당시 전창수는 '와이프'라고 불렀던 여성 A씨와 동업을 했는데 A씨의 명의로 렌털과 대출을 받아 어마어마한 빚을 남기고 도망갔다. 그는 자신이 천안에서 왔으며 다수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고 200여 억원을 가진 재력가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는 "저희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가게를) 했고, 차도 렌트로 두 대를 빌려서 지금 제가 빚을 갚고 있다. 내가 멍청해서 그렇게 된 거니까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아직도 눈물이 난다. 억울하고"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전창수는 A씨를 '와이프'라고 부르며 수천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현금으로 사주고 성형외과에 데려가 시술도 해주는 등 갖은 선물 공세로 A씨의 환심을 샀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에 가게가 어려워지면서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전창수는 A씨가 내놓은 가게가 오랫동안 팔리지 않다가 겨우 팔렸을 때 계약금이 들어오자 그 돈을 가지고 그대로 사라졌다.
전창수가 잠적해버린 건 지난 6월로, 그는 A씨가 화장실에 간 사이 신분증만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전창수가 남기고 간 '박OO'의 이름이 적힌 신분증은 도용된 것이었다.
해당 신분증의 진짜 주인인 천안 소재 부동산의 박모씨는 "제가 면허증을 준 건 법인을 해산한다고 해서 준 거다. 내가 빨리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신분증하고 인감도장을 달라고 하더라. 그리고 다다음 날 도망갔다"고 말했다.
전창수는 천안에서 30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도주해 2018년부터 경찰에서 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전창수의 로맨스 스캠에 당한 천안 피해자 B씨는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B씨는 "내가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는데 전창수가 같이 울어줬다. 같이 아파하고 울어주고 그러더니 다음 날 그 강아지랑 똑같은 강아지를 나한테 선물을 했다"고 연인이 된 계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따뜻할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마음이 열려서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 너무 감사해서 매일 기도했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이 나한테 왔을까 하면서"라고 말했다.
전창수는 B씨에게도 선물로 환심을 사고 재력을 과시했다. B씨는 "가게에 와서 느닷없이 팔찌를 줬다"며 "지나가다 예뻐서 나 주려고 샀다더라. 청조가 그렇게 막 선물했듯이 모피 옷도 사주고 그랬다. 또 벤츠 두 개를 자기 거 까만 거, 내 거 하얀 거 계약해 놨다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창수는 계약만 했을 뿐 B씨의 돈을 썼다.
B씨는 "딸(전청조)하고 너무 똑같다"며 "돈을 너무 많이 갖고 다니고 흥청망청 써서 내가 가끔씩 의심했었다. 전창수는 자기네 집이 재개발에 들어가서 90억을 보상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기를 당한 후 B씨는 개인적으로 전창수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그가 자신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전창수가 내 전화로 통화한 사람들을 1년 동안 한사람 한사람 만나고 다녔다"며 "강원도, 충청도 하나하나 다니며 들어보니 내가 돈이 얼마나 있는지 뒷조사를 한 거였더라. 나 만나기 전에는 어떤 여자한테 10억을 횡령해서 교도소에 갔다더라. 교도소 동기한테 들었다"고 밝혔다.
전창수는 폭행과 사기 전과 등 다수의 범행 경력이 누적돼감에도 공권력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B씨는 "전창수가 낚시를 좋아해서 강화도 낚시터에서 2년을 숨어 살았다고 했다. 6개월만 숨어 있으면 경찰도 흐지부지 넘기고 조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전창수가 사기 친 돈 일부를 딸 전청조에게 건넸다고 입을 모았다. B씨는 전창수가 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직접 봤다며 "청조가 '아빠 저 청조예요. 아빠가 우리 아빠라면서요. 도와주세요. 너무 어려워요'라고 하면서 계속 돈을 달라고 하더라. 그때 2018년 5월에 전창수가 지인에게 '딸한테 5억을 줬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전창수의 지인 C씨는 "전창수가 도망가기 전 제주도에 갔다 온 적이 있다. 딸(전청조)한테 간 거지. 천안에서 사기 친 돈을 (전청조에게) 얼마인가 줬을 거다. 내가 들은 얘기로는 거의 10억 가까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취재진의 제보로 전창수의 최근 행적을 5년 만에 처음 확인했으며 전창수가 범죄수익금 일부를 전청조에게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뒤늦게 피해자들에게 문의해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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