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 '무선화'한다…침수·화재 대비

지하차도 22곳·터널 11곳 무선 제어 시스템 설치
전선은 90도→840도 화재에 견딜 수 있도록 교체

지난해 12월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가 화재·침수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지하차도·터널의 진입차단시설 연결 설비를 개선한다.

10일 서울시는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된 시내 지하차도 22곳과 터널 11곳에 '무선 원격 제어' 시스템을 추가 설치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제어선을 통해서만 조작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무선으로도 통신망을 통해 조작이 가능해진다.

기존 제어선도 남겨둬 제어 시스템을 '이중화'한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은 무선화가 어려운 대신 방화 성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어선·전선은 진입차단시설을 모니터링 본부와 잇는 두 연결축이다. 이번 강화 조치로 적어도 연결이 끊겨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다.

지난해 말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때 전선이 불에 타는 바람에 진입차단시설이 작동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 당시 터널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진입차단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후속 차량이 터널에 진입하며 총 5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다쳤다.

지난 여름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도 배전 시설이 침수 문제로 작동하지 않았다. 두 참사를 계기로 지하차도 설비 관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제어선의 경우 무선화되면 화재·침수 등의 물리적 변수 자체가 없어진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전선은 난연 케이블에서 내화 케이블로 바꾼다. 난연 등 기존의 케이블이 90도 정도 화재까지 견딜 수 있는 반면 내화 케이블은 그 10배에 달하는 840도 정도까지 견딜 수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하는 다른 지하차도·터널도 제어 장치를 이중화하고 전선을 내화 케이블로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용도 많이 들고 100% 안전을 달성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난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진입차단시설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에 있어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