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또'하고 열흘 휴가까지…대세된 MZ 직장인 '확' 달라진 연말 풍경
N차 회식 대신 직원 간 선물 주고 받는 MZ 직장인…연말 전사 휴무도 등장
치솟는 물가에 송년회 축소 바람도…외식 물가 상승률 30개월째 고공행진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 지난 6일 오후 방문한 마포구 소재 뱅크샐러드 사무실 한쪽에는 '마니또'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마니또 상대방에게 줄 선물이나 편지를 두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이곳을 지나던 한 직원은 설레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두고간 선물은 없는지 확인했다.
마니또는 '비밀친구'라는 뜻으로 상대방을 지정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편지나 선물 등을 주는 놀이다.
이 회사는 12월 한달 동안 전 직원이 참여하는 마니또 행사를 진행한다. 뱅크샐러드의 앞 글자를 따 '뱅니또'로 지었다. 올 1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고마웠던 직원에게 편지나 작은 선물을 전달하자는 취지다.
뱅크샐러드에 입사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김모씨(32)도 즐거운 마음으로 마니또를 준비하고 있다. 다같이 모여 술 잔을 기울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송년회가 훨씬 좋다는 김씨. 그는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 모르는 분이 많은데 이번 행사로 많은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게 됐다"며 "기억에 남는 연말이 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MZ세대 비율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연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술자리는 간소화하는 대신 이색 프로그램으로 송년회를 대신하는 곳이 늘고 있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12월 말경 '핏 스탑'이라는 성과 공유 행사를 열고 마지막 영업일은 재충전 차원에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사 휴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열흘 휴가를 주는 회사도 있다. 빅테크 '토스'는 성탄절 전부터 신정까지 약 10일간 휴무에 돌입하는 '오프 위크(OFF Week)'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사내 메신저 알람도 울리지 않는다. 다만 고객센터 등 일부 필수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토스 관계자는 "직원들이 휴무 기간 스스로를 충전하기도 하고, 평소 몰입하기 어려웠던 생각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다음 해를 준비할 수 있다"며 "이는 토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회사의 연말 분위기가 바뀐 것은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 취업준비생 263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의 34%가 '과도하게 술을 권유하는 회식'을 최악의 회식으로 꼽았다. '차 끊길 때까지 길어지는 회식'(29%), '잔소리 등 불편한 이야기가 가득한 회식'(1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점심이나 저녁에 1시간만 하는 간단한 회식'을 최고의 회식으로 꼽은 이들은 31%로 나타났다.
직장인 홍모씨(30)는 "한해를 잘 마무리했으니 회사 사람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단합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꼭 술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차라리 문화 행사 같은 이색적인 송년회를 하는 편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4.8%로 30개월째 전체 평균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 기업 팀장급 직원은 "젊은 직원들이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어 회식을 하더라도 1차에서 끝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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