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신건강 정책 취지 공감…실행의지 뒤따라야”
"상담 질, 돌봄 보완해야"…환자 가족 부담 경감 없단 비판도
"인권 고민 부족"·"정신응급 대응은 필수의료" 목소리도 나와
- 강승지 기자,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김기성 기자 = 정부가 공개한 '정신건강 정책 혁신 방안'에 대해 환자 가족·정신장애인 권익단체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6일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 마련과 실행력을 갖출 때라고 강조했다.
심리상담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상담의 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고, 치료 과정에 있어 환자 인권을 보호할 방안도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특히 정신건강 고위험환자 돌봄 등을 환자 가족이 떠안는 실정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정신 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국민 100만명 심리상담 지원, 청년 정신 건강검진 주기 단축, 상급종합병원의 폐쇄병동 집중관리료·격리 보호료 수가 인상, 정신질환 편견 해소 캠페인 등이 포함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10년 안에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대통령 직속의 '정신 건강정책 혁신위원회'도 구성해 장기·복합과제를 논의하고 세부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들은 "리더의 결심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 중 하나인데 정부가 그 의지를 밝혀준 데 대해 긍정적"이라고 호평했으나 환자 가족 단체 등은 "고위험환자 대응 방안은 여전히 부실하다"고 아쉬워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인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가 지도자가 직접 국정 주요 과제로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채택했다는 점은 획기적"이라면서도 "실질적으로 촘촘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아직 제시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세계보건기구(WHO)는 '리더의 결심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 중 하나'라고 꼽는다"면서 "앞으로 전 국민 심리상담의 경우, 의료체계와의 협력과 상담 질 관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지역마다 정신건강 보건소가 설립하는 등의 구체적 방안을 희망했으며, 백 교수는 "전 국민 정신건강과 함께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돌봄도 균형 있게 진행돼야 한다. 현재 중증 환자와 가족들은 치료와 관리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중증 환자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정하는 사법입원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한편 외래 진료를 통해 정신질환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외래 치료 지원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배진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인 사회통합연구센터 부센터장은 "정신응급 대응과 치료 체계 재정비가 너무 부실하다"며 "특히 자·타해 위험 환자에 대한 비동의 입원 등 사법입원제는 인권 고려가 없는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 역시 "중증 환자의 응급 대응을 (여전히)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 상황 해결이 가장 시급한데, 이번 정부 발표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앞으로도 조현병 등 중증 질환의 응급 대응은 계속 취약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정부 보건 예산 중 정신건강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1.9%(3158억원)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이와 관련해 의료진들은 환자 가족들도 요구하듯 정신응급 대응이라도 필수의료로 인정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앞으로는 정신적 문제가 있어도 흠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취지로 보이는데 정신의학 분야도 필수의료로 보고, 장기적인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종우 교수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필요할 때 도움받을 실질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1년에만 1만2906명에 달한다"며 "응급이나 급성기 치료 분야는 필수의료로 인정돼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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