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환자 한 달 만에 4배 폭증…"숨은 환자 더 많을 것"

경남만 23명→82명…백신 추가접종 꼭 해야

서울의 한 소아과병원에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법정감염병 2급으로 분류된 백일해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경남 일부 지역에서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 보건당국도 관련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재까지 백일해 환자 수는 112명으로 지난달(29명)에 비해 약 3.8배 폭증했다.

월별로 분석해보면 지난 7월 5명→8월 8명→9월 10명으로 발생하다 10월 들어 29명으로 환자 수가 급증하더니 이달 들어 폭증했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여름과 가을에 발병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여름에도 유행하지 않던 백일해가 겨울철에 접어들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백일해는 현재 A형간염, 결핵, 수두, 장티푸스, 콜레라 등과 함께 법정 감염병 2급으로 분류돼 있다. 코로나19도 지난 8월 4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되기 전까지 2급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었다.

백일해에 감염되면 초기엔 콧물, 결막염, 눈물, 경미한 기침, 발열 등의 가벼운 상기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다가 기침이 점차 심해진다. 심한 기침 끝에는 구토가 동반되거나 끈끈한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이 시기에 전염력이 가장 강하다.

중기에 접어들면 무호흡, 청색증, 비출혈, 경막하 출혈, 하안검 부종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회복기에 이르면 기침의 정도, 횟수, 구토가 점차 감소하고 이러한 증상은 1~2주 정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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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해 유행은 이미 이달 초 경남도의사회가 경고한 바 있다.

경남도의사회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달 경남 창원 일대에 백일해 환자가 23명 발생했다"며 "백일해는 두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간주하는데 보건당국과 지자체의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당시 보건당국은 해당 사항을 파악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유행 시기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백일해 환자 발생 추이를 봤을 때 걱정할 단계는 아니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몇 주 만에 환자는 약 3.8배가 치솟았다. 특히 질병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경남에서만 82명, 그중에서도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만 7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다른 지역 같은 경우는 산발적이라 문제가 없는데 경남 지역이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중심으로 확산돼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예방접종을 독려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며 "다행히 지난주에 증가세가 꺾였고 백신 접종자 수도 많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별로 살펴보면, 44주차(10월29~11월4일) 16명→45주차 30명→46주차 36명으로 증가하다 47주차 들어 27명으로 한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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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지역 의사인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문제는 숨은 환자가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백일해 진단을 내리려면 의사가 따로 검사를 해야 하는데 소문이 돌면 환자가 끊길 걱정 때문에 검사를 안해서 그렇지 검사하면 아마 환자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 위원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거제시에 딱 한 명 발생했다고 알려진 백일해 환자도 기사를 본 부모가 "아이가 기침을 오래 한다"며 의사에게 백일해 검사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검사 결과 백일해 진단이 내려졌다.

마 위원장은 "의사들도 백일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이유는 의사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백일해 증상과 지금 유행하는 증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며 "최근 나온 논문들을 보면 '백일해 증상은 너무나 다양하게 나타나 카멜레온 같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마 위원장은 백일해는 조절되기 쉽지 않은 병이기 때문에 유일하게 백일해를 막을 방법인 백신 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일해 백신인 DTaP 백신은 생후 2, 4, 6개월에 3차까지 접종을 하고 4차는 생후 15~18개월 사이에 이뤄진다. 5차 접종은 만 4~6세, 6차는 만 11~12세에 맞아야 하고 이후 10년에 한 번씩 재접종을 해야 한다.

그는 "특히 나이 많으신 분이 '백일해 백신을 왜 맞아야 하느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DTaP 백신을 제대로 다 맞지 못한 어린 영아들, 특히 돌 전의 아이들과 성인들 중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걸리게 되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통신문을 받은 부모들도 백일해라는 감염병이 생소하다 보니 왜 접종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꼭 접종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질병청 관계자도 "4차까지 예방접종률은 95%를 상회하는데 5~6차 때부터 접종률이 확 떨어진다"면서 "4~12세도 단체생활을 많이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5~6차 백일해 추가접종 시기도 놓치지 않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