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감독관 위협한 스타강사 사과 "딸, 부정행위 없었다…1인 시위 죄송"

"교사에겐 죄송함뿐…부모 심정이 과했다"
"부정행위 의사조차 없었다…딸도 억울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대전시교육청 제27시험지구 제16시험장인 대전 서구 한밭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11.16/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수능 감독관을 위협한 학부모가 '형사법의 제왕'으로 불리는 스타 강사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강사가 "죄송하고 염치없었다"며 직접 입장을 밝혔다.

경찰대 출신 변호사이자 스타 강사 A씨는 27일 자신이 운영하는 경찰공무원 카페에 입장문을 게재했다.

A씨는 "제 의견을 내면 피해 본 선생님에게 2차 가해가 될까 봐 의견을 낼까 말까 계속 고민 중"이라며 "해당 선생님에게 죄송함뿐이고, 합의가 되면 좋고 아니더라도 공탁을 통해 조금이나마 잘못을 뉘우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교사 근무지, 검색으로 알아내…불법 행위는 억측"

앞서 지난 16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B교사는 시험 종료 벨이 울린 뒤 답안지를 작성하던 수험생을 부정행위로 적발했다. 그러자 다음 날 해당 수험생의 학부모가 B교사의 근무지로 찾아와 "교직에서 물러나게 하겠다"며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수험생의 어머니에 이어 본인을 변호사라고 밝힌 아버지도 B교사의 근무지를 찾아왔고, 보안관실에서 B교사에게 전화해 "(난) 변호사다. 우리 아이 인생을 망가뜨렸으니 네 인생도 망가뜨려 주겠다"며 폭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씨는 "선생님의 근무지를 불법적으로 안 사실이 없다"면서 B교사의 이름은 수험생인 딸이 명찰을 보고 기억했다고 밝혔다.

이어 B교사가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사라고 추측, 해당 교육청 근처 중·고등학교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B교사의 글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B교사는 전근 간 상황이었다.

A씨는 "교육청에 가나다순으로 나와 있는 (각) 중학교 행정실(로 연락해) 'B교사 있냐'고 물었더니 알려줬다"며 "검색을 통해 해당 학교를 찾았다. 짧은 시간 내에 내부 정부를 통해 알아냈다고 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3.11.1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딸, 종료령 후 필기구 내려놔…3명이 진술해줘"

또 A씨는 딸이 종료령이 울린 후에 답안을 작성한 일이 없다면서 "부정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딸이 억울하다고 하고, 종료령 '띠띠띠띠' 타종 중 '띠'에 해당 감독관이 손을 쳤다고 주위에 있던 학생 3명이 진술해 줬다. 이건 이미 교육부 부정행위 심의위원회에 내용 증명으로 보냈다"며 "종료령 후에 필기구를 내려놓는 동작을 B교사가 오인해서 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교사의 사후 진술서와 제 딸의 진술서, 답안지를 비교해 보시면 어떤 게 정확한지 판단할 수 있다. 해당 답안지를 육안으로 봐도 B교사가 (딸의) 손을 쳐서 (펜을) 옆으로 그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과수에 의뢰해서 확인하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적었다.

◇"'고의'와 '과실' 구분하려 변호사 신분 노출…1인 시위 죄송"

아울러 A씨는 "협박과 명예훼손은 너무 과한 것 같다. 요즘 세상에 변호사가 무슨 대단한 자리겠냐. 그걸 모를 사람도 아니다"라며 B교사에게 '변호사'라는 말을 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그는 "딸이 B교사를 찾아갔고, 다행히 B교사가 만나 주신다고 해서 딸이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는 법률적으로 어려운 얘기를 딸이 하기 어려우니 저보고 같이 가달라고 했다"며 "저는 부정행위자 처리 규정 제6호 종료령 후의 작성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다. 변호사의 신분을 노출한 것은 '고의'와 '과실'을 구분하기 위해 꺼낸 단어이지, 변호사의 지위를 이용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B교사가 놀라셨는지 협박하는 거냐 했고, 저는 '그런 게 아니고 자식 문제이므로 끝까지 다툴 수밖에 없다'고 한 부분이 와전된 것 같다"며 "이 부분은 백번 양보해도 제 잘못인 것 같다. 사후 소송을 통해서 구제해 봐야 불합격된 것이 합격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고 돈으로 보상받는다던데 그 부분이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학교에 찾아갔다.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끝으로 A씨는 "1인 시위가 제일 잘못한 것 같다. 아내가 답답한 마음에 교육청과 교육부에 문의해 봤는데 '담당 교사 3명의 합의가 있으면 끝'이라고 하셨다"며 "그래서 아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수능을 구제받기 위해 1인 시위를 했다.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하는 거라 괜찮다고 생각해서 집에 있는 상자 뒷면에 글을 써서 대략 30분 정도 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성실히 조사받겠다. 다만 음주 운전과 음주 운전을 하려 한 행위(부정행위 의사조차 없었다)를 꼭 구별해주시길 바란다"며 "저와 아내는 몰라도 딸의 부정행위만은 바로 잡아 주시길 바란다. B교사에게 죄송하고 다시는 1인 시위나 찾아가는 모든 행동을 못 하도록 하겠다. 부모의 심정이 너무 과한 것 같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