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약사건' 추적했더니 '내구제 대출'…휴대폰 해외 넘긴 일당 검거

대출희망자 명의 휴대폰 개통 후 국외유출…57명 검거 4명 구속
동창·지인 포섭 유통업체·합숙소 개설…보이스피싱 악용 가능성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 뉴스1 김정현 기자 ⓒ News1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대출 희망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했다가 장물업자를 통해 국외 유통하는 '내구제 대출(휴대폰깡)' 혐의를 받는 불법사금융 일당 57명이 검거됐다.

내구제 대출은 인터넷 광고 등으로 대출 희망자를 모집해 고가의 휴대전화를 할부 구매하는 조건으로 개통하게 한 뒤 이들에게서 단말기만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통하는 불법사금융 유형 중 하나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총책 2명을 포함해 조직원 57명을 범죄집단 조직·활동·가입, 사기 등 혐의로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그중 총책 2명과 조직원 1명, 장물업자 1명은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내구제 대출 방식으로 297명 명의의 휴대전화 461대를 개통해 해외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단말기 피해금액은 시가로 약 8억4000만원이다.

총책 A씨(28)는 지난해 6월 대구와 경북 구미에 유통업체 8곳을 개설한 후 온라인 대출 플랫폼에 대출광고를 내면서 범행을 시작했다.

A씨는 과거 내구제 대출업체에서 직원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동창·지인을 포섭해 범행을 실행했다. 이들은 유통업체 8곳, 휴대전화 판매점 2곳, 콜센터 2곳, 합숙소 1곳을 개설해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4월 발생한 '강남 마약음료 사건'을 포함해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 대포폰의 개통 및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A씨 조직의 단서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구제 대출은 제도권 금융기관 대출이 곤란한 사람 명의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불법사금융 범죄수법"이라며 "휴대전화 단말기가 해외로 반출돼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