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초안서 변한 게 없는데…삽질한 지하철 파업" 비판
서울교통공사 노사 2차 파업 전날 임단협 극적 타결
노조, 회사안 그대로 수용…"파업 왜 했나" 비판 커져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인력 감축안'을 두고 팽팽히 맞서던 서울교통공사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가까스로 타결됐으나 '경고 파업' 직전 사측이 제시한 채용 계획을 노조가 사실상 수용하는 식으로 마무리되면서 '명분 없는 파업'이라는 사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서울교통공사와 노조 등에 따르면 노사는 전날 인력 감축안과 관련해 △안전 인력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인력 충원을 노사가 협의해 추진할 것 △경영 합리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지속적으로 대화할 것 등의 내용을 합의안에 담았다.
이번 임단협의 최대 쟁점은 인력 감축 문제였다. 서울교통공사는 만성적인 재정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2026년까지 전체 정원 1만6367명의 13.5%인 2212명을 감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연합교섭단은 인력 감축안이 안전에 위협이 되며, 서울시가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노사 합의를 번복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공사는 교섭 과정에서 노조 측 입장을 일부 수용해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기존 388명에서 660명으로 늘리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노조(제1노조)는 공사측의 채용 계획에 올해 정년퇴직 인력 276명에 대한 충원이 빠져 있다며 회사 측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별내선 운영 인력 360명,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 1역사 2인 근로를 위한 필요 인력 232명 등 최소 868명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었다.
결국 지난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 '경고 파업'에는 1노조만이 참여했다.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제2노조)는 지난 7월부터 1노조와 연합교섭단을 꾸려 임단협 교섭에 참여했지만 합의안에 비교적 수용적인 입장으로, 경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전날 오후 4시부터 재개돼 오후 9시25분까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해 가며 5시간가량 진행된 4차 본교섭에서 노사 양측은 대승적 차원의 '인력 공백 방지'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구체적 채용 규모나 기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8일 교섭 당시 인력 감축안과 관련해 공사에서 제시한 절충안을 노조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인 모양새다.
이를 두고 서울교통공사 내부 익명게시판에는 "파업하기 전 합의문 초안에서 변한 것이 없는데 파업은 왜 했나요?", "작년에 이어 삽질한 파업", "그들만의 '성공적인' 경고 파업으로 힘을 보여 줬다는 정신승리" 등의 비판이 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날려먹은 것은 누가 책임지나요? (노조)위원장님 재산이라도 직원들한테 나눠 주시는 것은 어떨까요?"라며 경고 파업 전 합의안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사는 지난 8일 교섭 당시 합의안에서 660명의 신규 채용 추진 외에도 정부 지침인 2023년 1.7% 내 최대폭의 임금 인상을 협의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날 재개된 교섭에서 도출된 최종 합의안에는 해당 문구가 빠지면서 협의 내용이 종전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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