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난민신청 1만2천건, 심사관은 단 4명…결과 받기까지 평균 21개월 걸려

2022년 3월 30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난민지침 정보공개청구소송 2심 선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3.3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하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를 심사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연간 1만2000여건에 이르는 난민신청이 들어오지만 이를 최종 심사할 난민심사관은 단 4명뿐이며 이들을 도울 전담 공무원을 합쳐도 심사인력은 90명밖에 안 된다.

그 결과 난민신청에서 가부 결과를 받아들기까지 평균 20.8개월이 걸리고 있으며 4년8개월 뒤 결과가 나온 경우도 있다. 자신이 살던 국가를 떠나 난민을 신청한 이들은 긴 세월을 불안에 떨어야 하고 또 결정을 받아들기까지 취업도 하기 어렵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2%(2022년)에 그친 것도 인력부족으로 신청자들을 제때 정확하게 살피지 못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법무부에 △난민 심사관 인력 확대 △난민위원회 상설화 등을 법무부에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난민 신청자를 돕고 있는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2022년 기준으로 처음 신청해서 심사 결과를 받기까지 평균 20.8개월, 약 1년 9개월이 걸렸다"며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4년 8개월이나 됐다"고 알렸다.

김 변호사는 "국가의 생계비, 주거 지원제도가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체류자격이 있는 경우 허가를 받아서 취업,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다"면서 "만약 체류 자격이 없는 경우는 더욱더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했다.

난민 신청 결과가 오래 걸리는 까닭에 대해 "심사를 할 인적 물적 역량이 부족한 점 때문이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법에서 정하는 심사 주체인 난민 심사관은 전국적으로 4명에 불과하고 이들의 심사를 보조하는 업무를 하는 난민 전담 공무원도 많이 부족(심사관과 전담공무원을 모두 합해 90명), 1인당 평균 177건의 신청 민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4명의 심사관과 이들을 보조하는 86명가량의 공무원이 "2022년 기준 한 해 동안 1만 1539건의 신청을 다루고 있다"며 "2023년엔 이보다 조금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대부분의 난민 신청자는 조력자 없이 혼자서 증거 자료 등을 준비해 난민 신청을 해야 하고 (전담 공무원이 부족해) 난민 신청자의 진술을 충분히 듣고 신청자 출신국 상황을 확인하고 조사하는 등 한 분 한 분에게 에너지를 들이기가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통역은 면접 과정에 통역인이 들어오는 것 외에 당사자가 신청 과정에서 통역 지원을 받거나 하는 제도는 전혀 없다"고 했다.

이로인해 "2022년 기준 난민 인정률이 2% 정도로 대부분은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인권위가 권고한 '난민위원회'에 대해 김 변호사는 "이의신청 절차에서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로 지금은 비상설기구로 돼 있어 심사의 전문화도,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만큼 난민 심사관과 전담공무원을 늘리고 난민위원회 상설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