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공공행정망 마비, 오늘까진 지켜봐야…전문가들 "대응 매뉴얼 있었나"

평일 업무시간대 첫 검증…정부 '장애 대응 상황실' 운영
2002년 '전자정부' 출범 후 첫 장시간 마비…전문가 "사전 준비 부족"

지난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에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이 시스템 오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오현주 기자 = 정부가 전국 행정망 '먹통' 사태에 대해 지난 19일 서비스 정상화를 선언했으나 평일 정상적인 업무가 재개되는 20일까지는 서비스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기로 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응 매뉴얼이 미흡해 전산망 마비 사태가 장기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까지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중심으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응 상황실'을 운영해 전산망 작동 상황을 면밀히 관찰한다.

정부는 지난 18일 정부 온라인 민원 플랫폼인 '정부24'에 이어 전날인 1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망인 '새올'에 대해서도 '정상화'를 선언했으나, 새올의 경우 공무원들의 접속량이 많은 평일 업무시간대에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행안부는 앞서 주말인 18~19일 두 차례의 현장 점검(시험 운행) 결과를 바탕으로 새올이 정상화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이 사용하는 데 불편이 있는지 없는지가 '정상화'의 기준"이라며 "평일인 20일 월요일까지 정상 작동이 확인돼야 진정한 '정상화'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원인은 행정전자서명(GPKI) 인증시스템 내 네트워크 장비인 'L4스위치'의 오작동이다. 실제 지난 18일 해당 장비를 교체한 이래 정부24와 새올 모두 정상 작동하고 있다. 행정전자서명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새올에 로그인할 때 '인증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전날 정부 브리핑에서 "L4스위치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며 "다만 정확히 무엇 때문에 L4스위치가 오류를 일으켰는지는 향후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4스위치가 노후화됐기 때문은 아니고,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중화해서 운영하는데 당일에는 이중화돼 있는 두 개의 장비 모두 순차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장애가 발생한 것"이라며 "해킹이라면 이상 징후가 먼저 발생하도록 돼 있는데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특별한 이상징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 IT전문가들 "사전 준비 안 돼 있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정보기술(IT)업계에선 정부 대응 매뉴얼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과 같은 종류의 오류로 전산망 장애가 사흘씩 이어지는 게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2002년 전자정부가 출범한 뒤 공공 행정망이 장기간 마비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국세청 통합 전산망 접속 오류는 2시간30분 만에 해결됐다.

한 서버 구축 전문가는 "(L4와 같은)스위칭 장비 서버는 라우터에 밀착돼 있어 시스템이 꺼져도 전원을 가동하면 문제가 생각보다 빨리 해결되는 편"이라며 "사전 대응책 준비가 부족한 게 초유의 장기간 접속 오류를 빚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네트워크 안정성 (유지)를 위한 충분한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것 같다"며 "어떤 보안 조치들이 부족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발주처와 유지 보수 업체가 네트워크 이해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비 업그레이드 작업은 대부분 협력사 직원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담당자 이직이 잦다"며 "내부 업무 절차나 규정을 잘 지키지 않고 실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해당 업무 담당자 중에서 전체 네트워크 구성도를 알고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지난 1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일부 행정전산망 네트워크 장비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진행한 이후 다음 날 오전 8시40분쯤부터 새올 접속 장애가 발생하며 시작됐다.

전산망 사용자 인증 문제로 지자체 공무원들이 새올에 접속하지 못하면서 민원·복지 업무가 전면 마비됐다. 같은 날 오후에는 정부 온라인 민원 플랫폼인 '정부24'도 오류로 작동이 중지됐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