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삼촌·할머니 잃었어요"…이-팔 전쟁 한달 '살아남은 자의 슬픔'

재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출신들 "할 수 있는 건 기도뿐"
'애타는 심정' 가족 무사 기원…가자지구 '지옥' 이스라엘도 '올스톱'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들 사이로 8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의 주민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해 건물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2023.11.09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김예원 임윤지 기자 = "한달 동안 아내·삼촌·할머니를 잃었습니다"

"하마스 공습으로 친구 가족이 사망했고 형의 친구는 납치됐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4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한국에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출신들의 가슴도 타들어 가고 있다. 현지에 남아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가끔씩 전해 듣는 상황은 '지옥'과 다름없는 모습이어서다.

특히 '기도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과 본인만 안전하게 있는 거 같다는 자괴감이 수시로 몰려든다고 호소한다.

◇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달'…가족 3명 사망, 1명 실종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 살레(26·남)에게 지난 한달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지난달 7일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갑자기 가족 3명을 잃고 1명은 실종이 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아있던 가족들은 피신했지만 아직도 공포에 떨고 있다.

살레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이태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도 지난주부터 연락이 안 되고, 가장 친한 친구 1명도 죽었다"며 "저도 차라리 가자지구에 가서 죽고 싶지만 봉쇄돼서 갈 수조차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고백했다.

또 "살아 남은 가족들도 학교, 혹은 주위 친척 집으로 갔지만 가자 지구에는 안전한 장소가 없다"며 "살아있는 하루하루가 정말 고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가자지구 안에는 '물'과 '음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조만간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 전기, 식료품 모두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집에 남은 식량이 빵 몇 조각이라고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자지구만큼 상황이 심각하진 않지만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도 현재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서안지구에서 온 압달라(41·남)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사람들도 가자지구의 상황에 같이 슬퍼하고 연대하며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서안지구 사람들이 가자지구를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6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남부의 라파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3.11.07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 SNS엔 "사람을 찾습니다"

이스라엘 출신들도 납치 당한 가족과 친구들의 생사를 알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스라엘 국적의 아비람 라이 레프트 서울대 음대 교수는 "지난번 하마스 공습으로 친구 가족이 사망했고, 형의 친구는 납치됐다"며 "한달 동안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해 온라인에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대학이 모두 올스톱됐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공습경보가 울린다"며 "아직도 사망한 사람들이 병원에 안치돼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부모님은 군인들에게 봉사활동 중이고, 매일 울면서 주위에 납치된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 거주 지역을 기습 공격한 뒤 시작된 전쟁은 38일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로 진입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가 1만812명에 달했다. 이 중 어린이 사망자는 4412명이다.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하마스로부터 공격을 당해 죽거나 납치당한 민간인들도 수천명에 달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민간인을 중심으로 1400여명의 이스라엘인을 살해한데 이어 240여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20일(현지시간) 이슬라엘 수도 텔아비즈에서 한 모녀가 지난 7일 하마스 기습 때 납치된 가족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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