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경상대 200명·아주대 150명…정부 '의대 증원' 실사 착수

국립의대·미니의대, 증원 강력 희망… 의료계 ‘교육 질 저하’ 우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 등 병원계 참석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 현안 관련 병원계 간담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2023.1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김기성 기자 =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늘리려는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 증원 수요를 파악 중인 가운데 대다수 의대가 증원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립대와 입학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들이 증원에 적극적이다.

10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27일 '의대 정원 증원 관련 현장 의견조사' 공문을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 보냈다.

정부는 이들 대학이 원하는 의대 증원의 최소·최대치를 함께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소치는 현재 대학이 보유한 교사(학교 건물)·교수 등 여건에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학생 수다. 최대치는 대학이 교사·교수 추가 확충을 전제로 더 받을 수 있는 학생 수를 의미한다.

지역별 의대 설치 현황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정부가 2주 안에 회신을 요청한 가운데, 40개 대학은 이미 증원 입장을 제출한 상태다. 정부의 '의학교육 점검반'은 10일 이후로 40개 대학의 서류 검토에 착수할 방침이다.

별도로 현장 점검팀을 꾸려 실사도 진행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교육부에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통보할 계획이다.

증원 여력이 있으면 2025학년도부터, 교육 역량을 더 확보해야 하면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해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 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에서 의대 신설은 빠져 있다.

현재로서는 신설보다 지역 필수의료 확충에 무게를 두고 국립의대와 인프라 대비 입학 정원이 소규모인 의대 증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는 전국에 17곳이 있다.

이에 따라 정원이 40명인 차의과학대와 아주대는 각각 80명, 100~150명으로 증원을 희망한다. 아주대 의대는 별도 교원과 시설 확충 없이도 증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하대는 정원을 49명에서 100명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시설이나 교수진은 학생이 늘면 당연히 확충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실제 증원에 따라 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원이 40명인 대구가톨릭대나 49명인 건양대 등도 증원을 희망하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원이 40명인 성균관대나 86명인 중앙대 관계자는 한목소리로 "증원할 의향이 있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증원할 것"이라면서도 증원 규모는 함구했다.

국립대들도 증원 의지를 표명했다. 경상국립대는 의대 정원을 현재 76명에서 150~200명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교수진이 총 198명에 달하고, 부속병원 등의 규모 면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했다.

정원이 125명인 부산대도 부속병원과 교수진을 확보해 둔 상태여서, 이번 수요조사에 25명을 더한 150명으로 증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최대치로는 200명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정원 50명 이상의 지방 사립대들도 증원을 희망하는 분위기다.

정원이 93명인 충남 순천향대는 과거 100명이었던 정원이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과 감축 유도로 인해 7명 줄었다며, 원래 정원에 더해 100명 이상을 희망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의대들의 희망사항일 뿐 실제로 반영될 지는 정부 실사 등을 거쳐 결정된다.

수도권 대학의 한 의무부총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의료계가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줄 아는 국민들이 '겉으론 반대하더니 속으론 찬성했다'고 오해할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조사는 대학의 희망이고, 정부 교육역량 평가에 따른 실제 정원 배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의대와 병원들은 의대 증원에 합의나 공감대는 이뤘다"고 덧붙였다.

강윤식 경상국립대 의대 학장은 "경남이 타 지역보다 의대 정원이 적어 늘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요를 놓고 배정돼야 하는데 정부가 일을 반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필수 의료 의사가 부족하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점에 동의하지만, 이번 수요조사로 대학 간 경쟁을 붙일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의대 증원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현재 실시 중인 대학별 의대 증원 수요조사는 대학의 주관적인 요구만을 반영한 숫자가 집계됨으로써 의사결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증원 규모와 방법은 증원 수요와 단순 합산이 돼선 안 된다"며 "무조건적인 정원 확대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 보건에 커다란 위해"라고 했다.

협의회는 의대 증원이 의학교육의 질 저하로 귀결되지 않도록 '의료인력 적정 평가위원회'가 구성돼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적정 의사 수를 산출할 것을 제안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