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서울 지하철 2년 연속 파업…인력감축 갈등 증폭

지하철 요금 인상에도 대규모 적자 해소엔 역부족
민주노총 수능 이후 파업 예고…'노노 갈등' 변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전날 단체협상 교섭이 결렬되면서 오는 10일까지 경고성 파업에 돌입한다. 2023.11.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대규모 적자 늪에 빠진 서울 지하철 노사가 2년째 인원 감축안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조는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2년 연속 파업이다.

오전 9시부터 파업으로 이날 출근길 대란은 면했으나 당장 퇴근길과 10일 출근길은 시민 불편이 불가피하다. 공사는 출근 시간대 운행률의 경우 평시 대비 100%, 퇴근 시간대 운행률 87%, 전체 지하철 운행률 82%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사 갈등의 쟁점은 인원 감축이다. 서울 지하철의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는 17조6000억원이며 자본잠식률 또한 60%를 넘어서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

이에 공사는 2026년까지 전체 정원의 13.5%인 2212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력을 강제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정원이 많이 늘어난 만큼 자회사 분리 등으로 늘어난 정원을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적자 해소를 위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요금 인상을 단행했으나 당장 이에 따른 올해 추정 수입은 600억~700억원으로 적자 해소에는 부족하다. 전기요금 등 비용 부담 또한 커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2026년까지 2212명 규모 (인원을 감축하는) 경영 합리화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무임승차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인원 감축으로 직원에 책임을 떠넘긴다며 반발했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인원 감축안·안전 업무 외주화 철회, 정년퇴직 인력 채용 등을 요청하고 있다. 노조는 오 시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한편 공사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2차 전면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노조 양대축인 한국노동조합연맹(한노총) 소속 노조와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노조 내 갈등이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공사가 노조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했다고 판단해 파업 명분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MZ노조'라 불리는 올바른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대 노조가 조직 비효율화를 야기했다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올바른노조는 지난 정부 때인 2018년 공사가 기존 협력업체 소속 구내식당 등 종사자 1285명을 공사 소속 일반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 보고 있다. 현재 공사의 문제 의식과 같은 대목이다. 노조 파업이 임금 등의 복리후생보다 다른 명분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 또한 나온다.

jy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