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쌓았더니 사람 키만 한 탑이…주워도 금방 다시 채워져

담배꽁초 60만개로 탑 세웠더니 165㎝ 높이
서울시, 수거함·재떨이 늘리고 과태료 인상

26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담배꽁초 없는 서울 만들기-꽁정당당 서울'을 주제로 열린 담배꽁초 줍깅(걸으면서 쓰레기 줍기) 캠페인에서 담배꽁초 무단 투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담배꽁초탑 제막을 하고 있다. 2023.10.2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활동하러 오면서 그저 담배꽁초가 많이 있겠거니 했는데, 막상 담배꽁초탑을 보니 충격적이었어요."

지난 26일 서울시가 진행하는 꽁정당당 담배꽁초 '줍깅'(걸으며 쓰레기 줍기)에 참여한 김세라씨(31)는 서울시가 제막한 '담배꽁초탑'을 본 뒤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이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과 함께 게릴라 줍깅을 진행했다. 화재와 빗물받이 막힘의 원인이 되는 버려진 담배꽁초를 줄이는 활동이다. '담배꽁초탑' 제막이 그 시작이었다.

25개 자치구는 앞서 '클린데이' 일주일간 주운 담배꽁초를 쌓아 탑을 세웠다. 60만개의 담배꽁초가 165㎝ 높이까지 솟아있다.

탑 제막식 뒤 본격적인 줍깅이 진행됐다. 서울시·자치구 직원과 시민 100여명이 서울 청계광장과 무교동·다동 관광특구 지역을 돌며 골목 곳곳의 담배꽁초를 주웠다.

100여명의 인력이 모인 만큼 담배꽁초는 빠른 속도로 수거됐다. 비교적 깨끗한 골목에서는 일거리가 없었다. 이 같은 구간에선 시민들이 줍깅(걷기+쓰레기 줍기)의 취지에 맞게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고 걸으며 가을바람을 즐기기도 했다.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모습. 아래층에 쌓인 꽁초들은 짓눌려 바닥에 '퇴적층'을 이뤘다. ⓒ 뉴스1 박우영 기자

직장인들이 모여 담배를 피는 흡연 구간은 달랐다. 도로 아스팔트 사이사이는 물론 자동차 바퀴 밑, 심지어 소화전 연결부에마저 꽁초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담배꽁초로 '퇴적층'마저 생겨 집게로 꽁초를 다 주울 수 없는 곳도 있었다. 해당 구간은 집게로는 한계가 있어 중구에서 환경미화원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럼에도 줍깅이 한 바퀴를 돌자 거리는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 더 이상 주울 꽁초가 없어 시민·직원들은 처음 시작했던 청계광장으로 돌아왔다. 광장 한가운데 스무개 남짓한 종량제봉투가 모였다. 봉투 안은 한때 바닥에 널부러졌던 꽁초로 가득했다.

100여명의 사람이 합심해 꽁초를 주웠으니 적어도 당분간은 일대가 담배꽁초로부터 자유로워졌으리란 기대감이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 해산 절차 뒤에 지나온 골목으로 돌아가자 그새 꽁초가 하나 둘 다시 쌓여 있었다. '꽁정당당 캠페인'에 참여중인 강동구청 공무원 유재준씨가 "줍는 데 그치지 말고 버리는 쪽에서도 무단 투기를 하지 않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송수관이 담배꽁초 받이가 된 모습. ⓒ 뉴스1 박우영 기자

서울시와 자치구는 매달 클린데이에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데 이어 다음달 9일까지 서울시 헬스케어 플랫폼 '손목닥터 9988'에서도 줍깅 캠페인을 진행한다.

KT&G와 협업해 다양한 디자인의 신형 휴대용 재떨이를 시민에게 무상 보급한다. 내년 5만개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자치경찰위원회가 길거리와 경찰서에서 시민을 만나 배부한다.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도 내년까지 613개를 새로 설치한다. 이목을 끄는 '펀 디자인'으로 수거율을 높이고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한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을 위해 단속인원을 확대한다. 현재 5만원인 무단투기 과태료는 인상해 단속 활동의 재원으로 삼는다. 지난해 기준 이미 담배꽁초 무단투기 과태료는 전체 과태료의 53%를 차지한다.

무단투기 감시용 폐쇄회로(CC)TV 등 방지시설도 확대한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인식 개선을 위해 각종 홍보·교육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난해 전체 화재 가운데 15.7%가 담뱃불로 인한 화재일 정도로 담배꽁초 화재 피해가 심각하다. 또한 담배필터 플라스틱은 해양 미세플라스틱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빗물받이를 막은 담배꽁초는 여름철 수해의 주원인으로도 꼽힌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