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모기보다 까다로운 빈대의 습격…공포감 주는 진짜 이유
피 빨아 먹지 않아도 성충 6개월가량 생존 가능
"잘 안 보이고 물리면 잠 못자"…빈대 '포비아'
- 유민주 기자,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서상혁 기자 = "빈대는 어디에서든 빈번하게 출현하고 있다."
위해생물방제사 김모씨는 2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빈대는 처리 난도가 가장 높은 해충이다. 그 악명 높은 바퀴벌레나 가주성 개미보다도 까다롭다고 한다.
'빈대처럼 피를 빨아먹느냐'는 말이 있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빈대는 피를 빨지 않아도 성충은 6개월 정도 생존할 수 있어 '없어졌다'고 생각해도 다시 생긴다. 괜히 빈대가 아닌 셈이다.
김씨는 "박멸이 어려워 집중도를 갖고 소독 작업을 해야 한다"며 "해외 여행 갔다가 빈대가 들러붙은 채 귀국해 소독해 달라는 경우 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곳에 소독해 달라는 경우가 전체 주문의 70~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모기보다 최대 10배 많은 피 빨아먹는 빈대
김씨 말대로 최근 빈대가 전국 곳곳에서 출몰해 시민들의 위생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9일 대구광역시 계명대 기숙사 매트리스(침대요)에서 '빈대'가 발견돼 학교 측은 긴급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빈대'가 발견된 방은 영국 국적 학생이 쓴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인천에 등장한 빈대도 '외국인과 관련 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대학생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빈대에 물려 잡을 방법을 찾다가 빈대의 천적인 바퀴벌레를 풀까도 고민했다는 글까지 등장했다. 이 글을 올린 A씨는 "알코올 소독이랑 면옷은 따뜻한 물에 삶았다"며 "건조기에 옷이 줄어들든 말든 2번 이상은 돌렸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또 다른 대학생 B씨는 "빈대는 초반에 눈에 보이지 않아 문제"라며 "잘 때 사람에게 나오는 열과 이산화탄소를 찾아 나오는데 빛을 싫어해서 물고 나면 다시 틈으로 숨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트리스 열었을 때 보이면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여러번 방역하거나 모든 물건은 다 버린다고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빈대에 물리면 피부가 빨갛게 붓고 가렵다. 모기에 물린 증상과 비슷하지만 빈대는 모기보다 최대 10배 많은 피를 빤다. 많은 빈대가 동시에 문 경우 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 나라는 빈대를 후진국 해충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선진국들도 빈대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7월 파리 올림픽 개최를 앞둔 프랑스에선 최근 기차나 영화관 등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에서 빈대가 출몰하는 일이 잦아져 '빈대 공포'가 확산됐다. 지난 7일에는 프랑스 전역 학교 17곳에서 빈대가 발견돼 그중 7곳이 휴교했다.
유럽여행 때 빈대를 처음 알게 됐다는 30대 김모씨는 "다른 벌레들은 약을 친다거나 약을 뿌린다거나 눈에 보이니 잡으면 되는데 빈대는 퇴치가 어렵고(다 태워야 한다)는 점에서 공포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 "빈대는 고온에 약해…제때 조치가 중요"
전문가들은 번식력이 강한 생명체들을 '박멸'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평소 위생관리와 주기적인 소독으로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빈대 수는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방역관리사 김모씨는 "보통 빈대는 6번 탈피하는데 나중에 8mm 정도 되면 눈에 보이는 정도가 된다"며 "보통 침대 시트나 스프링 안, 콘센트, 리모컨 등 번식을 하면 집안 전반적으로 곳곳에 퍼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하게 가려우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며 "가려운 부위에 더운 바람을 쏘이거나 온찜질을 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빈대는 고온에 약해 45~50도 열에 죽는다. 빈대를 발견했을 때 스팀(증기) 소독을 하면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빈대를 제때 조치하지 않으면 오래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우리 생활에 불편함을 안 줄 정도로 사라졌다고 하면 흔히 박멸됐다고 표현을 하는데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말"이라며 "방재 과정에서 사용하는 분사물 성분도 인체에 해롭지 않은지 잘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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