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와서 더 운치 있어요"…비 뚫고 가을 즐기는 시민들 얼굴엔 '웃음꽃'
'축제의달' 본격화…하늘공원서 억새·금천구서 반려동물축제 열려
오락가락 비에도 많은 시민들 모여…'정동야행' 등 서울서 축제 계속
- 송상현 기자, 김형준 기자,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김형준 정지윤 기자 = "비 와서 운치도 있고 더 좋은데요?"
서울억새축제가 본격 시작되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만난 50대 여성 김모씨(여)는 7~8명쯤 되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연신 포즈를 취해가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김씨는 오락가락하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맨발로 산책하며 노래까지 부르는 등 가을 정취에 흠뻑 빠졌다.
김씨는 "비가 온다고 해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며 "좋은 사람들과 시간 보내려고 왔기 때문에 외려 운치 있게 더 좋은 추억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서울억새축제 열리는 하늘공원 …오락가락 비에도 많은 인파 몰려
6만평에 달하는 억새밭은 쭉 뻗은 고개를 흔들며 지평선 끝까지 은빛 물결을 자랑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얼굴을 내민 코스모스들도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축제 기간엔 1년 중 유일하게 오후 10시까지 개방하고, 서울정원박람회에서 조성한 40개의 정원도 볼 수 있다.
다만 이날은 수도권에 최대 40㎜의 비가 내일 것이란 예보가 나온 상황이어서 축제가 흥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른 아침부터 가벼운 운동복, 등산복 차림의 인파가 꾸준히 축제장으로 밀려 들어왔다. 강남구에 산다는 40대 홍모씨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하고 일찍 왔는데도 많다"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들이객은 외려 적당한 비가 오는 날씨를 반갑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늘공원을 올라가는 가파른 등산로에서 만난 송파구 거주 60대 신화금씨(여)는 "덥지도 않고 외려 날씨가 선선해서 좋다"고 웃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관광객 반야씨(28·여) 다음날 출국을 앞두고 하늘공원에 왔는데 축제까지 한다는 사실에 더 반가운 마음이라고 했다. 반야씨는 "인도네시아는 항상 더울 정도"라며 "한국의 가을은 선선하고 무드도 있어 우리에겐 참 색다른 경험"이라고 설렘을 나타냈다.
하지만 오전 한때 많은 비가 쏟아지자 나들이객들은 산책을 멈추고 비를 피하기 위해 차양으로 모여들기도 했다. 날씨 예보를 확인한 사람들은 "계속 비가 온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로구에서 온 60대 엄복자씨(여)는 "사진 찍으려면 가을 하늘답게 파란색이면 더 좋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려동물의날 맞아 '동네방네 행복하개' …비반려인들도 찾아 '웃음꽃'
이날 오후에는 '반려동물의 날'(10월28일)을 맞아 서울 금천구 금나래중앙공원에서 '동네방네 행복하개'란 이름의 행사도 열렸다.
행사에선 반려견과 견주가 함께 추는 공연을 시작으로 반려견 장애물 달리기, 반려동물 장기 자랑 등이 이어졌다. 반려견 캐리커처나 무료 미용 부스엔 긴 줄이 서기도 했다.
오후에도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수십 명의 반려인과 반려견, 비반려인들이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단단히 우비를 입고 행사장에 나타난 반려견들은 인기를 독차지했다. 반려동물들의 옷차림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금세 웃음꽃이 피었다.
금천구민으로 진돗개 또순이의 견주이기도 한 이재은씨(28·여)는 "강아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많지 않다"며 "이런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을 비반려인으로 소개한 장민경씨(30·여)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보니 강아지를 키우기 위한 마음의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강아지를 좋아하는 마음에 행사에 오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말에는 축제의달로 불리는 10월을 맞아 억새축제 외에도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서울 중구에선 이날 덕수궁과 정동 일대의 역사문화시설을 야간에 탐방할 수 있는 '정동야행'(貞洞夜行)이 개최된다. 이외에도 강동구 선사문화축제, 강서구 허준축제, 관악구 관악강감찬축제, 동대문구 문화재야행 등의 축제가 이날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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