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 집결 '정동야행' 13일 개최…영국·캐나다 대사관도 개방

정동제일교회 파이프오르간 연주 등 각종 공연

서울 중구 제공. @News1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서울 중구는 오는 13~14일 덕수궁과 정동 일대에서 '정동야행(貞洞夜行)'을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정동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근대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자 나라 잃은 아픔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최초 신식 교육기관인 배재학당(1885), 최초 사립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학당(1886), 최초 서양식 개신교회 정동제일교회(1887), 최초 서양식 건물인 덕수궁 석조전(1910) 등 각종 '최초' 기록도 있다.

정동야행은 정동 곳곳에 자리한 기관과 시설이 저마다 품고 있는 희로애락의 역사를 시민과 나누는 역사문화축제다.

이번 정동야행에는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국립정동극장, 서울역사박물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이화박물관, 주한캐나다대사관, 주한영국대사관 등 33개 시설이 참여한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현장인 덕수궁 중명전에선 다양한 시각 자료와 사실 그대로 재현한 인물 모형 등을 관람할 수 있다.

평소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시설도 탐방할 수 있다. 주한캐나다대사관은 13일 오후 7시부터 40분간 공개된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14일 오후 3시, 4시, 5시에 30분씩 개방한다. 영국 대사관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외교관 관저로 서울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영국식 정원을 갖추고 있다.

이화여고 내부 투어도 진행된다. 정동야행 누리집 사전 신청과 추첨을 거쳐 관람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파이프오르간 공연도 진행된다. 미국과 영국에서 만든 각각 다른 소리의 파이프오르간 선율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구세군 역사박물관 앞에선 구세군 브라스밴드 연주가, 국립정동극장 야외마당에서는 '정동다향'이 진행된다.

정동 탐방 프로그램 '다같이 돌자 정동한바퀴'의 경우 국립정동극장, 중명전, 구러시아공사관, 이화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90분 코스다.

'고종의 길' 해설 프로그램은 14일 오후 4시와 6시에 시작된다. 정동야행 누리집에서 사전 신청하거나 배재어린이공원 내 해설사본부에서 현장 접수 후 참여하면 된다.

덕수궁 돌담길에선 대한제국의 지도 만들기, 독립선언서 쓰기,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호소한 고종황제의 밀서에 답장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2015년 서울 중구가 시작한 정동야행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재 야행으로, 매년 20만명 이상의 서울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고 전국 곳곳에서 벤치마킹이 이어진 축제다.

2018년까지 매년 5월과 10월에 행사를 열었고 이후 서울시에서 운영하다가 올해 5년 만에 다시 중구가 운영하게 됐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수줍게 마주치던 배재학당, 이화학당 학생들, 파이프오르간 뒤에 숨어 독립선언서를 등사하던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정동야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며 "100여년 전의 역사적 순간이 현재와 맞닿는 접점인 정동야행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y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