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쓰레기 소각장'에 뿔난 상암동 주민들…"행정소송 착수"

"신규 건립 결사반대" vs "어딘가는 있어야" 의견 갈려
"의견 수렴 부족"…전문가들 "장기적 인식 개선 도모해야"

마포소각장백지화투쟁본부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마포소각장 결정고시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최종 선정 및 고시한 바 있다. 2023.9.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유민주 기자 = "납득이 안 가요. 지금도 쓰레기 냄새가 나는데 소각장이 또 들어온다니…"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을 거닐던 상암동 주민 박모씨(59)는 공원 옆에 위치한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750t 규모의 이 소각장도 모자라 그 바로 옆 부지에 새로운 소각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박씨는 "문제없다, 괜찮다 하는데 여기 와 보면 지금도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인근을 지나던 주민들도 저마다 걱정의 눈으로 시설을 바라봤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자신들이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 건설'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미 소각장에 따른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데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신규 쓰레기 소각장 부지로 마포구 상암동 부지를 선정해 결정·고시했다. 현재 하늘공원 인근에 있는 마포자원회수시설 바로 옆 부지에 2만1000m² 규모의 소각장이 새로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신규 소각장은 이르면 오는 2027년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운전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갈등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시설에 대한 장기적인 인식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행정소송 불사" "그래도 필수시설"…엇갈린 시각

주민들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 등 논의가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993년까지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자리 잡고 있던 만큼 주민들의 상심은 더 컸다. 박모씨는 "제대로 된 조사와 의견 수렴을 통해 부지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답을 정해 놓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찾아가는 설명회를 통해 설득하고 주민들이 희망한다면 언제든 설명회와 공청회를 개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신규 소각장 입지 선정은 지난 2019년 서울시가 공모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조사를 통해 36개 후보군이 추려졌고, 그 가운데 상암동 부지가 최종 결정됐다. 강동구 고덕동, 강서구 오곡동 등 다양한 후보가 있었지만 소각장 지하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상암동 부지가 선정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소각장 건립 반대 행정소송 원고인단을 모집하는 포스터. (마포구소각장추가백지화투쟁본부 제공)

주민들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인근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단위로 오는 10월 31일까지 원고인단을 모집해 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원고를 모집하는 한 아파트 단지 대책위원장은 "서울시의 결정·고시 자체가 부당한 처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본안소송을 통해 서울시를 상대로 전면 무효화를 주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드시 필요한 시설인 만큼 소각장 건립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하늘공원을 찾은 한 상암동 주민은 "쓰레기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소각장 건립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공원을 산책하던 한 마포구 주민도 "모두 쓰레기를 배출하는 입장인데 제대로 된 방식과 보상이 보장된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부지 인근의 환경 문제도 화두다. 마포구는 지난 18일 "신규 소각장 건립 예정지 인근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불소가 검출됐다"며 서울시에 정화 활동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 측은 "시료 채취 환경과 비료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측정 과정에서도 불소 함량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건립 전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도 2년의 시간을 들여 주민과 함께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9.21/뉴스1 ⓒ News1 유민주 기자

◇ 전문가들 "소각장 안전성 꾸준히 알려야"

전문가들은 신규 소각장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인식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쓰레기를 없애지 않는 한 시설은 필요하고 주민은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일이 터질 때 해당 주민만이 아니라 소각장의 안전성 등을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꾸준히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지자체·주민 간 논의 과정에서 투명성을 우선으로 둬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논의 테이블에 활발히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절차적 정당성 차원에서 부족함이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어딘가에는 지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지속적인 소통과 설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립이 추진되더라도 꾸준히 주민과의 대화와 설득의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