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 야구팬 원성…서울시, 잠실 대체구장 묘수 찾을까

서울시, 잠실야구장 자리에 돔구장 건설…LG·두산 6년간 홈구장 없어
잠실 주경기장, 타 구단 홈구장 모두 사용에 문제점 따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두산 베어스 허경민이 안타를 치는 모습. ⓒ News1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가 잠실야구장 자리에 돔구장과 스포츠·전시컨벤션 시설을 짓겠다고 밝힌 가운데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프로야구단의 대체 경기장 문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센터(Rogers Centre)를 방문해 잠실 일대에 돔구장을 비롯한 첨단 스포츠·전시컨벤션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로저스센터는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으로 4만1000석 규모의 돔구장이다. 로저스센터는 특히 토론토 메리어트시티센터호텔(Toronto Marriott City Centre Hotel)과의 연계 조성으로 객실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시는 기존 잠실야구장 자리에 3만석 규모의 새 폐쇄형 돔구장을 지을 방침이다. 시는 한강변에 새로운 구장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KBO(한국야구위원회)와 야구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2026년 착공, 2031년 준공이 목표다. 기존 잠실야구장은 2025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2026년부터 해체·철거 작업에 돌입한다.

문제는 잠실야구장을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프로야구단 LG, 두산이 당장 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두 구단은 6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홈 구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KBO와 양 구단은 서울시에 잠실 주경기장을 대체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안전 우려를 이유로 해당 방안을 잠정적으로 선택지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운동장 전역에서 공사가 진행돼 현 설계대로면 대체구장에 관람객 출입이 봉은교 한 곳을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이라며 "좁고 경사진 길에 최대 1만8000명의 인파가 한순간에 몰리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잠실 주경기장에 대체구장이 지어지면 1만8000석 규모가 될 전망이다.

KBO와 양 구단은 이에 추가 출입로 확보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서울시는 해당 방안 또한 안전 문제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프로야구단 LG의 염경엽 감독은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6년이 너무 긴 시간인데 팬들 입장에서는 홈구장이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면 말이 안 되는 것이다"며 "팬들이 결국 서울 시민인데 서울 시민이 불편을 안 겪게 해야 한다"고 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강조했다.

야구 커뮤니티에 모인 팬들은 "결국 (타 구단의 홈 경기장에서) '셋방살이'를 하게 될 텐데 피차 손해다", "대안 없는 사업 추진이 황당하다"는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잠실 주경기장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서울 고척돔(키움 히어로즈 홈구장), 인천 문학구장(SSG 홈구장) 등 수도권 타 구장에서의 '공생'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고척돔은 한 팀이 더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사가 필요하고 문학구장 등은 거리가 너무 먼 데다 이에 따른 구단의 '연고 정체성' 타격이 예상되는 등 제각각의 우려점이 있다. 목동구장은 주인 없이 비어있지만 소음·빛 공해 민원이 끊이지 않는 데다 시설도 열악하다.

서울시는 착공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KBO, 두산·LG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양 구단과 야구 팬들을 최우선으로 두고 적합한 대체구장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