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성상품화 논란 '메이드카페' 괜찮을까?[체크리스트]

돈만 내면 함께 게임하고 사진 찍을 수 있어…"일종의 놀이문화"
日성인용 게임서 유래…청소년에 잘못된 성개념 주입 우려도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6일 방문한 메이드 카페의 모습. 23.9.6 ⓒ 뉴스1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임윤지 기자 = "어서오세요 주인님·공주님"

6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메이드(Maid)카페'에 들어서자 검은색 원피스에 흰색 레이스 앞치마를 두른 복장을 한 여성 메이드가 미소를 지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반겼다.

어색한 호칭부터 여성 메이드의 독특한 복장까지, 기존 카페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다. 카페에는 혼자 오거나 친구와 함께 온 남성 손님과, 커플 손님이 있었다.

메이드 카페란 서양식 하녀 복장을 한 여성 종업원들이 손님을 '주인님'이라 부르며 대화를 건네고 식음료를 서빙하는 카페를 말한다. 메이드는 집안일을 하는 여자 하인이란 뜻으로 활발히 사용되기 시작한 건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로 전해진다.

유럽은 근대화를 거치면서 메이드 자체가 사라졌고, 메이드복은 하나의 성적 코드의 의미로만 남게 됐다. 2000년 들어 일본에서 메이드 카페가 대유행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메이드카페가 속속 문을 열기 시작했다.

카페는 오픈 초기부터 반응이 엇갈렸다. '개인의 취향이고 일종의 놀이문화이니 존중해줘야 한다'는 입장과, '젊은 여성만을 고용해 메이드 복장을 입혀 근무하게 하는 성 상품화'라는 지적이 부딪혔다.

일본식 메이드 카페가 서울에 문을 처음 연 지 6개월이 지났다. 메이드 카페를 '이색 문화', '극한의 콘셉트'라며 괜찮다 넘길 수 있을까. 메이드 카페를 톺아봤다.

◇일반 카페에 없는 안내와 메뉴들이…"MZ에겐 유행하는 놀이 문화"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자 메이드 A씨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메뉴판을 건넸다. 메뉴판에는 일반 카페에선 찾아볼 수 없는 '안내문'이 있었다.

'메이드와 주인님의 비밀 약속'이라는 글귀 아래에는 △연락처를 묻거나 사생활 질문 금지 △몸을 만지는 행위 금지 △메이드 얼굴과 신체 모두 촬영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카페엔 없는 메뉴도 눈에 들어왔다. 추가로 돈을 내면 메이드와 게임을 하거나 메이드를 지명해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메이드에게 포즈를 요청할 수도 있었다. 사진 가격은 1~2만원대였다.

메이드 카페 메뉴판에 있는 안내문(온라인 사이트 갈무리)

오후 4시가 되자 잇달아 손님들이 들어왔다. 여성들끼리 온 손님도 있었고 연인도 있었다. 혼자 온 남성 손님도 있었다.

한 남자 손님은 분위기가 어색한지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함께 온 여자 손님을 보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오자 이 커플은 메이드의 요청에 따라 함께 "모에모에뀽"이라고 주문을 외웠다.

개점 초 '퇴폐 업소가 아니냐'는 비판과 달리 대부분의 손님은 '놀이 문화'로 여기는 것으로 보였다.

대학생 이모씨(26)는 "SNS로 유명했던 메이드 카페가 한국에도 생겼다고 해서 가보게 됐다"며 "이색적인 카페로 MZ들 사이에선 궁금증의 대상이다"고 말했다. 이어 "건전하게만 운영된다면 하나의 문화일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와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는 일본인 메이드 B씨는 "성비로 보면 여자 손님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식 메이드 유래 살펴봐야…"청소년 출입 가능 우려도"

그러나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대학원생 심모씨(29)는 "일본식 메이드의 유래 자체가 성인용 게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메이드복을 입은 여성에게 돈을 내고 순종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성 상품화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직장인 임모씨(26)는 "미성년자도 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왜곡된 인식을 가질까 걱정된다"며 "중고등학교 인근에 메이드카페가 있다는 점도 마냥 좋게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앳된 얼굴을 한 남학생 2명이 메이드 카페 문 앞을 서성거리다 들어가지 않고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종업원들이 성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도 큰 문제점 중 하나다. B씨에게 "신체적 접촉을 하는 손님이 많냐"고 묻자 B씨는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가끔 있다"며 "그럴 때마다 속상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6일 메이드 카페에서 제공하는 출석 스탬프의 모습. 23.9.6 ⓒ 뉴스1 한병찬 기자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메이드 카페는 체험하고 SNS에 공유하는 등 인정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도 "기존에 메이드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의 유래가 성 상품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머릿속에 있던 것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단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 개념을 심어줄 수 있단 점에서 우려는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도 "남성 손님에겐 '주인님', 여성 손님에겐 '공주님'이라는 호칭부터 메이드 문화가 무엇을 겨냥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며 "주인과 하녀와 같은 일종의 위계화된 관계에서 나오는 판타지가 현실화한 공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