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쉬운 우리말] '디폴트'가 뭐예요? '채무불이행'
- 김형택 기자
◇ 디폴트 → 채무불이행
(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기업 중 하나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 가든)의 파산 위기가 고조되면서 ‘디폴트’라는 단어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디폴트'는 영어의 'default value'에서 유래한 말로, 별도 설정을 하지 않은 '초기값', 즉 '기본 설정값'을 의미합니다. 컴퓨터 공학 관련자들은 실생활에서도 이 용어를 쓰는 경향이 종종 있는데, 디폴트를 기본적, 밑바탕이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디폴트의 순화어로 ‘채무불이행’을 쓸 것을 권합니다.
디폴트는 국가 규모의 채무불이행을 뜻합니다. 공·사채나 은행융자 등에 대한 원리금 지급을 아예 못 하게 되는 것. 즉, 부도라고 보면 됩니다. 공·사채나 은행융자는 원리금 지급일이 정해져 있어서 원리금 지급일이 되었는데 빚을 못 갚게 된 것입니다. 보통 '디폴트'라고 하면 개인·단체의 채무불이행보다는 국가의 채무불이행을 말합니다. 이걸 한 번이라도 할 때마다 해당 국가는 안 좋은 쪽으로 역사가 달라지며 후폭풍은 주변국들에까지 민폐가 갈 정도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나라는 외국에서 알아서 원조해주기도 합니다.
비슷한 단어인 '모라토리엄'(moratorium)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모라토리엄이 "지금은 돈 없어서 곤란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갚을 수 있다"라면, 디폴트는 "나 돈 없어! 앞으로도 돈 없을 거야! 배째!"라고 선언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둘 다 신용도 하락의 정도를 따지면 도긴개긴이지만 디폴트가 더 최악입니다.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채무자는 채무에 대해 모든 의무가 없어지지만 자신의 재산통제력도 상실하는데 채권자의 경우 담보가 있으면 담보를 압류해서 채무를 상쇄하고 담보가 없으면 채권액에 상응하는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해서 채무를 상쇄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선 무력 동원까지 시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로 프랑스는 독일이 제1차 세계 대전의 종전에 따른 베르사유 조약 상 전쟁배상금을 갚지 못하자 레몽 푸앵카레 총리 주도로 프랑스군을 끌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방을 침공하는 루르 점령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독일은 반발하며 이 지역에 사는 독일인들을 선동해 파업을 일으키고 프랑스군에 저항하여 독일-프랑스의 무력 충돌은 격해졌습니다. 결국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 캘빈 쿨리지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서 독일과 프랑스를 설득하여 프랑스군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방에서 철군하고 점령했던 루르 지방의 영토를 독일에 돌려주고, 독일은 프랑스에 조속한 시일 내에 전쟁배상금을 갚으며, 이 전쟁배상금의 액수는 쿨리지 대통령이 제안해 많이 깎아 주는 방법으로 타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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