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나섰다 법적 분쟁"…흉기난동에 무방비 민간 보안요원

사건때도 제압 어려워…호신용품 수준 장비만 허용
"무기소지 등 법적 권한 확대해야" 주장도

2020.7.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최근 잇따른 '묻지마 범죄'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백화점 등 공공시설 곳곳에서 보안 강화에 나섰지만 민간 경호 특성상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런 강제력이 없어 사실상 경호원들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치안 유지를 위해 민간 경비의 법적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간 경호원도 사실상 일반인

18일에 다시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백화점은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경비 태세가 한층 강화된 모습이었다. 1층 로비에는 가스총과 삼단봉을 찬 보안요원 4명이 배치돼 순찰 중이었다. 제복 차림의 경찰관 두 명도 눈에 띄었다. 이처럼 보안이 강화됐지만 백화점은 아직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듯 한산한 분위기였다. 인근 주민들에게 '만남의 광장'으로 통하던 시계탑 앞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에 AK백화점 경호원들이 피의자 제지에 충분히 나서지 못했다는 목격담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녹록지 않다. 공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민간 경호원의 특성상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제압에 나섰다가 자칫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도 이들에게는 부담이다.

보안요원으로 근무 중인 A씨는 "아무래도 강제력이 없다 보니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어느 경호업체든 똑같은 고충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경우에는 총기가 허용된 곳도 있고,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넓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도 "경찰조차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조심스러워하는데 (민간 경호원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호원들 스스로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도 문제다. 민간 경호원들이 소지할 수 있는 장비는 삼단봉, 가스총 등 일반인들이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호신용품 수준이 전부다. 경호원이라고 해도 테이저건 등을 민간인이 소지하는 건 불법이다.

AK백화점 관계자는 "사건이 터지고 난 후 다들 무서워하다 보니까 경호원 지원자도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무기소지·위법성 조각 등 권한 확대해야

현행법상 민간 경호원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사인(私人)으로 규정된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민간 경비원에게 경호사법권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인들과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며 "정당방위, 자구행위처럼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행위까지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호 업무 중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는 손해배상 책임 또는 형사처벌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보안 인력의 필요성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민간 경호원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안전문화연구원이 발간한 '민간경비의 법적지위에 관한 연구'를 보면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민간경비원도 수갑, 화학무기 등의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연구진은 "민간 경비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그 법적지위는 50년 전 처음 도입됐을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실정"이라며 "준공공성 성격을 띠는 업무 특성상 위법성 조각 사유 등을 규정하여 민간 경비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