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DNA' 교육부 사무관 "선생님께 상처 드려 진심으로 사과"
담임교사에게 보낸 내용에는 "치료기관 자료 전달한 것"
"직장 말한 적 없어…협박으로 느꼈을 거라 생각 못 해"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지속적으로 교육활동에 간섭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교육부 사무관이 학교와 교사에게 사과했다.
다만 그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와 같은 표현은 치료기관의 자료를 전달한 것이며 교육부에 근무하는 자신의 직장을 내세워 교사를 압박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사무관 A씨는 13일 교육부 출입기자단을 통해 사과문을 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교조)에 따르면 A사무관은 지난해 10월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교사인 B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신고 직후 교체된 새 담임교사 C씨에게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 해달라', '하지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하지 말라'고 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담은 글을 보냈다.
후임 C교사에 대한 A씨의 '갑질'은 지난해 국민신문고 제보를 통해 교육부에도 접수됐다.
지난해 12월13일 'A씨가 자신의 자녀를 왕자님처럼 대해 달라고 하며 자신의 자녀 편을 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제보가, 12월21일에는 'A씨가 공직자 통합 이메일(전자우편)을 통해 자녀 학급에서 일어난 담임교체 건에 대해 자신이 신고한 내용을 새 교사에게 송부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A씨는 사과문에서 "20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선생님들을 그 누구보다 존경하며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선생님을 존경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러나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담임교사에게 보낸 자료에 대해서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며 "교장 선생님과 상담 중 아이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 과정을 말씀드렸더니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새로운 담임 선생님께 전달해 드렸다"고 밝혔다.
A씨는 "전후 사정의 충분한 설명 없이 메일로 자료를 전달했으니 황당한 요구로 불쾌하셨을 것 같다"며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기관에서 준 자료를 전달한 것이 선생님께는 상처가 되셨을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것에 대해서는 "발달이 느리고 학교 적응이 어려운 아이가 학교 교실에 홀로 있었던 사실, 점심을 먹지 못한 사실, 반 전체 학생이 우리 아이만을 대상으로 나쁜 점, 좋은 점을 쓴 글이 학교종이 알리미앱에 올라간 사실을 안 순간 부모로서 두고만 볼 수 없었기에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그 과정에서 저의 직장과 제가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번도 말씀드린 적은 없다. 그래서 저의 직업이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혹여나 진행 과정에서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에 대해서는 이를 존중하고 조속히 위원회 결정을 이행하도록 하겠다"며 "이번 불찰로 인해 이제까지 우리 아이를 위해 지도하고 보호해 주신 선생님들의 감사한 마음조차 훼손될까 봐 마음이 아프다. 다시 한 번 당시 선생님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교육부에서 6급 주무관으로 일했던 A씨는 올해 초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고 대전의 한 학교 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교육부는 조사반을 편성하고 조사에 착수했고, 대전교육청은 A씨를 직위해제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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