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는 한증막 더위 피해 '이곳' 간다…"마음 편해져요"

MZ 취향 저격한 독립서점…출판업계 위기 속 70곳 늘어
여름 휴가로 지방갈 때 피서지로 이용하는 젊은 세대들도

2일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유명한 독립서점 내부 모습.ⓒ 뉴스1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김기성 기자 = "요즘같이 더울 때 책 읽으러 가면 마음이 편해져요."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손모씨(34)는 최근 호기심에 우연히 들어갔던 독립서점의 매력에 푹 빠졌다. 평소 책을 읽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주로 보던 손씨였지만 요즘에는 틈만 나면 책을 읽기 위해 독립서점으로 향한다.

그는 "요즘같이 더울 때 자유롭고 조용한 분위기의 서점에서 책을 읽으니 편안함을 느꼈다"며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이곳에 있으면 시원하기도 하지만 뭔가를 채워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서점에서 공장처럼 나열됐던 책들을 볼 땐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며 "독립서점에서는 점주가 정성 들여 추천한 책들을 보니 저절로 손이 가더라"고 덧붙였다.

연일 35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독립서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독립서점은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작은 서점을 의미한다.

MZ세대들에겐 조용한 공간에서 점주가 추천해 주는 책을 읽거나 고르면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유모씨(27·여)는 "주중에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어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았는데 독립서점이 안성맞춤"이라며 "하얀 벽면에 통 창문, 필사할 수 있는 공간까지 요즘 같은 무더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 한 권, 한 권마다 붙어있는 점주의 메모는 책을 저절로 읽고 싶게 만든다"며 "더위를 피하면서 동시에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백번 추천한다"고 자신했다.

이렇듯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독립서점은 고사 위기에 놓인 출판업과는 별개로 지난 1년 동안 70곳이나 늘었다.

2일 서울 망원동 소재 한 독립서점에 점주가 직접 손으로 추천 메시지를 적은 책들이 나열되어 있다.ⓒ 뉴스1 김기성 기자

◇피서지 지방에서도 '지역 특색 살린' 독립서점 인기 몰이

여름 휴가로 떠난 곳에서도 '독립서점'은 인기다. 지역 특색을 고려해 점주가 고른 책, 특색있는 인테리어, 시원하고 안락한 분위기 등으로 지역으로 휴가를 떠난 젊은 세대 중 일부러 독립서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지역 독립서점에는 자체 제작한 굿즈(상품)를 판매할 정도로 여행하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은행원으로 근무하는 안모씨(31)는 "최근 속초를 여행하면서 '문우당서림'을 방문했다"며 "워낙 유명한 곳이라 가봤는데 서점 인테리어나 브랜딩 또한 세련되고 깔끔해서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내서 편안하게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영 여행할 때 갔던 '남해의 봄날'은 통영의 예술가(박경리, 윤이상, 전혁림 등)을 주제로 잡아 관련된 책을 큐레이션해주고 건물 2층에 숙박도 할 수 있어 여름 휴양지로 만족스럽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인테리어나 디자인 시각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 공간을 즐기기 위해서 방문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판사 직원으로 근무하는 최모씨(26)는 여행을 갈 때마다 그 지역의 독립서점을 꼭 방문한다고 했다.

그는 각 지역의 특색있는 독립서점들을 언급하며 "각 서점을 방문했을 당시 기분을 적어두며 하나의 독립서점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피서로 독립서점을 가는 이유에 대해 "일단 시원하다"며 "책을 사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일반 서점과 달리 굳이 책을 사지 않고 그냥 특정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책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khan@news1.kr